정치인·공직자 대거 사면에 법조계 '판결 무력화' 우려

"너무 많이 사면하면 검증 어려워…판결 '휴지'만드는 결과"
보혁 정치 성향에 따라 평가 엇갈려
정부가 신년을 앞두고 정치인과 공직자를 대거 사면하자 법조계 안팎에서 법치주의를 흔들고 판결을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은 27일 특별사면 발표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면 대상이 너무 많다"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사면하는 것은 사법부가 심혈을 기울여 선고한 판결을 휴지로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면 대상은 엄선해야 하고 한명 한명 다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1천명이 넘는 사면은 유명인을 제외하면 사면의 사유를 제대로 검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찬희 전 변협 회장은 "대통령이 사면을 통해 대국민 통합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는 이해된다"면서도 "다만 결과적으로 공정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그는 "김경수 전 지사의 경우 사실 복권 없는 사면은 큰 의미가 없는데 다른 사면 대상자와 달리 유일하게 복권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벌금형을 면제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번 특별사면으로 15년의 잔여 형기뿐 아니라 미납한 벌금 82억원도 면제됐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 "이번 사면은 국민이 대통령에 위임한 사면권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것으로 법치주의를 파괴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또 "대통령의 사면이 '내 편' 정치인과 재벌의 면죄부로 전락했고, 일부 야당 인사들의 사면은 구색 맞추기일 뿐"이라며 "부패범죄자 사면이 국민 대통합인지 남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의 김태일 권력감시국 팀장은 페이스북에 이번 특사에 포함된 장호중·이제영 전 검사를 거론하며 "두 사람은 댓글 조작 사건 때 국가정보원에 파견됐던 검사"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두 사람을 구속한 것도 유죄 판결을 받게 한 것도 윤석열인데, 수사를 방해했던 두 검사를 대통령 윤석열이 사면했다. 이 무슨 기괴한 현실인가"라고 꼬집었다.반면 보수성향의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이재원 회장은 "정부가 고심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고 국민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해선 "선거제도를 파괴하고 국민주권을 농락해 징역 2년 형량조차 너무 가벼운데 그마저 면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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