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또 연말 '매물폭탄'…기관이 '줍줍'

개인투자자 대주주 기준 피하려
하루에만 1조5000억원 순매도

기관은 삼성전자·엘앤에프 등
개인이 던진 우량주 주워담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일인 27일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 1조537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주식 양도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이 10억원으로 유지되면서 연말 ‘매물 폭탄’이 올해도 반복됐다. 개인이 쏟아낸 물량은 그대로 기관투자가가 받아냈다. 연말 배당을 노린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28일부터 ‘기관이 팔고 개인은 사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 5거래일 새 3.6조 순매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3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403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에서는 매년 말 양도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개인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세법상 한 종목을 10억원어치 이상 보유한 개인은 이듬해 주식을 양도할 때 차익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양도세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올해 말 수급 혼란이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세법상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할 것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현행 기준대로 양도세를 매기기로 결정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개인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개인은 최근 5거래일(12월 21~27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총 3조64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다만 지난해 개인이 양도세 기준일(2021년 12월 28일) 하루에만 3조1587억원어치를 판 것과 비교하면 매도 물량이 비교적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하락세였기 때문에 종목당 보유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경우가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량주 저가 매수한 기관·외국인

이날 기관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 1조3473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배당락일(12월 28일)을 하루 앞두고 연말 배당을 받기 위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0.68% 오른 2332.79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은 개인이 쏟아내고 있는 우량주를 주워 담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2285억원), 엘앤에프(712억원), 호텔신라(693억원), 한국항공우주(688억원), LG전자(607억원) 등이다.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종목을 동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기관만 순매수하고 외국인은 순매도했다.증권가에서는 배당락일부터 개인의 매도세가 다시 매수세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법상 대주주 기준을 피한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을 담기 때문이다. 개인은 지난해 12월 29일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2조92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후 개인의 매수세는 올해 1월 6일까지 6거래일 동안 이어졌다.

연말에 개인이 집중적으로 판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시가총액 대비 개인의 순매도액(12월 21~27일 기준)이 큰 종목은 율촌화학(3.5%), 애니플러스(3.2%), 청담글로벌(3.2%) 등이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