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 "美핵무기 제주 배치 검토 충격"(종합)

국민의힘 제주도당 "전술핵 배치 내용 문건, 최종보고서 아냐"

제주에서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이하 북핵특위)의 '4축+α(플러스 알파)' 체계 최종 보고서 채택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지사와 같은 당 국회의원들은 여당 북핵특위가 제주도를 전략기지화해 핵전력을 배치하는 안을 검토했다며 성토했지만, 여당에서는 이런 검토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27일 도와 정당 등에 따르면 여당 북핵특위는 지난 26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3차장의 신설과 기존의 3축 체계를 '4축+α' 체계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 등이 담긴 최종 보고서 채택을 논의했다.

일부 특위 위원은 최악의 상황 시 제주도를 전략기지화하고 핵전력을 배치하자고 제안했으나, 최종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오 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힘 북핵특위의 대응 전략은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전략적인 핵 배치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라며 "제주를 아예 군사기지 섬으로 만드는, 제주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무책임한 방안이 여당 내에서 논의돼 왔다"고 비판했다.

제주를 지역구로 하는 야당 국회의원들도 일제히 여당을 규탄했다.

위성곤(서귀포시)·송재호(제주시갑)·김한규(제주시을) 의원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 "제주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거론하며 제주를 핵전쟁의 본거지로 삼겠다는 국민의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제주도가 이날 입수해 공개한 북핵특위 사전검토용 '총력북핵 대응전략'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핵 공격 임박 시 미 핵무기의 한반도 전진 배치 추진', '한국 배치 시에는 제주도가 최적',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제주도를 전략 도서화하는 문제도 검토 필요' 등이 제시됐다.

또 '제주도에 미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 및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 검토(제주 신공항 건설 시 이를 고려해 추진)'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국힘 제주도당은 이날 도의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국힘 북핵특위에서 북핵 위기가 임박하면 제주도를 거점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는 100% 오보"라고 밝혔다.허용진 국힘 도당 위원장은 "한기호 북핵특위 위원장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제주도 전술핵 배치 내용의 문건은 최종보고서가 아니며 특위 보고서를 아직 채택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도심 상공 등을 비행하는 만행에 대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이 제주 제2공항을 전쟁 발발 시 핵을 실은 수송기 활주로로 활용하자는 발언을 했으나 이는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허 위원장은 "평화의 섬 제주에 전술핵 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한 일을 사실 확인조차 없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한 오영훈 제주지사와 민주당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