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덮친격…코로나 환자 폭증·의료진 감염에 中병원 한계상황

의료진 1명이 5명 몫 업무…"대비 없이 방역완화·대형병원 의존 등 문제"
"비극적 싸움"…의료진 춘제 연휴 귀성·검사의무 폐지에 인력난 심화할듯
중국 병원들이 코로나 방역 해제에 따른 환자 폭증과 의료진 감염에 속수무책으로 내몰리며 한계에 치닫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 감염 속출로 한 사람에게 5명 몫의 일이 주어지는 실정이며, 코로나 증상이 확인된 외과의조차 하루 2차례의 수술을 집도하며 손을 보태고 있다.

내과의 주디 푸는 자신이 소속된 병동의 간호사가 기존 10~15명 수준에서 최근 2명으로 줄었고, 주변의 80~90%가 코로나에 감염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병원은 은퇴한 의사들을 도로 불러들이고 있으며, 산둥성이나 장쑤성의 의료진들을 베이징 의료시설로 끌어오며 몸부림치고 있다.지난 14일에는 쓰촨성 청두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23살 의대생이 사망해 코로나에 감염된 상태에서 '과로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레지던트나 인턴으로 일하는 저임금 의대생들은 겨울 휴가 보장과 동등 임금, 방역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상황이다.

NYT는 이러한 과부하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환자 급증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갑작스럽게 발표된 완화 정책을 짚었다.방역 완화 등을 사전에 고지받았다면 의약품 부족 사태와 환자 과밀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의료진의 설명이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 내 의료 시스템이 기본적인 치료조차 대형병원에 의존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에 따르면 톈진 의과대 종합병원의 인력은 중국 전체 의료인력의 0.3%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전국의 환자 4분의 1이 이 병원을 찾았다.서던캘리포니아대 의사 챠오런리는 "미국에는 통상 각자의 주치의가 있지만 중국에서는 대형병원 응급실을 가는 것 외에 치료받을 방법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1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앞두고 수백만 명의 의료진이 귀성길에 오르면서 이러한 인력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하이의 한 병원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상하이 인구 2천500만 명 가운데 절반이 코로나에 감염될 것이라며 오는 몇 주 간은 '비극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병원은 "상하이 전체가 무너질 것이고 병원 직원과 우리 가족들, 환자들 모두가 감염될 것"이라며 "선택지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고 올렸으나, 이 글은 곧 삭제됐다.

중국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열 환자들을 위한 클리닉을 전국적으로 개설했지만, 이 또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전망이라고 현지 의료진은 진단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응급실 출입 사전 코로나 검사 의무가 폐지됐고, 이에 따라 감염자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한 암센터 간호사 아델라 쉬는 "지난주에는 응급실 환자 700명 중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지금은 700명 중 100명이 양성으로 나온다"고 말했다.이 밖에도 병원은 혈액 부족과 심지어 인공호흡기, 산소 탱크, 중환자실 부족에도 직면한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