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뒤덮었던 국화꽃, 치악산 나무 아래 묻힌다

유가족협의회, '시민의 마음' 추모 물품에 대한 감사의 재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 한 송이 한 송이에 희생자들의 영혼이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곳에 가란 의미로 감사히 잘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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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 수만 송이가 치악산 나무 아래 묻힌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층에서 '시민의 마음 추모 물품에 대한 감사의 재'를 지냈다.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인형 등 추모 물품이 참사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에게 힘과 위안을 줬던 만큼 함부로 버려져선 안 된다는 의미에서 마련된 추모 염불 의식이다.

의식을 치른 뒤 국화 수만 송이, 과자, 음료수 캔 등이 담긴 상자 50여개는 치악산의 한 사찰 근처로 옮겨 정리한 후 수목장 형태로 처리된다.

이날 추모 의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함께 고(故) 이지한씨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 고(故) 최유진씨 아버지 최정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을 비롯한 유가족과 봉사자 등 시민 1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놓였던 과자와 음료수 캔 등을 앞에 놓고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며 의식을 치렀다.

스님들을 따라 염불을 외고 추모 물품이 담긴 상자들을 따라 돌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수만 송이 국화꽃과 인형들에 이태원에서 희생된 모든 분의 영혼이 묻어 있는 듯해 함부로 처리할 수 없었다"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의 도움으로 국화꽃은 치악산 수목장 형태로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인 지몽 스님은 "비통했던 현장에 놓였던 꽃과 물품은 함께 아파한 국민과 유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하루하루 버티게 하는 힘이 돼 줬다"며 "의식을 치르고 꽃을 소중히 가져가 자연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식에 참석한 유가족은 전날 진행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대해서 다시 한번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국조특위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힘이 들었다.

진상 조사와 아무 상관이 없는 시간 까먹기식 질문과 증인을 대신해서 해명하는 태도를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 단체들은 지난 21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물품을 수거해 유가족 법률대리인인 민변 사무실과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로 나눠 옮겼다. 이날 수목장 형태로 처리된 물품을 제외한 포스트잇, 편지 등은 서울시 등과 협의해 영구 보존 공간을 물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