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 "다누리 궤도 소수점 밑 9자리까지 계산"

"목표중량 넘어서 궤도까지 수정
무사안착 기뻐…이젠 탐사 집중"
지난 7월 28일 오후 3시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를 태운 로켓 팰컨9 조립동에서 마지막 페어링(덮개) 작업이 한창이었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사진)은 작업자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려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다누리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총 145일, 594만㎞의 장도를 무사히 마치길 기원했다.

다누리는 27일 달 궤도에 안착했다는 통신을 항우연에 보냈다. 데이터를 분석한 김 단장은 “다누리가 무사히 달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쁘다”면서도 “앞으로 1년간 본격적으로 달 탐사 임무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라고 했다.위성 자세제어 설계를 주로 하던 그는 2020년 달탐사사업단에 합류했다. 달탐사사업단은 김 단장을 포함해 20명 남짓의 소규모 조직이다. 다누리 발사 운용 제어 등과 관련해 항우연의 다른 본부 소속 인원과 협업한다. 다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인원은 전체 150여 명 수준이다.

다누리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극한의 온도 차이와 태양풍을 견디며 깊은 우주를 항해해 달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다. 연구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며 다누리를 점점 더 두껍고 튼튼하게 설계했다. 무게가 늘어났다. 목표 중량 550㎏을 훌쩍 넘긴 628㎏의 설계 중량이 나왔다. 다누리가 달까지 가서 1년간 활동하기엔 연료가 부족했다.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 단장은 궤도 설계 전담팀과 함께 세계 우주과학 역사상 극소수만 시도했던 ‘지구-달 전이(BLT)’ 궤도에 도전했다. 다누리의 달 도착시간과 지구 출발시간, 속력과 방향을 고려해 소수점 밑 9자리까지 정확한 계산을 이뤄냈다.

다누리는 1년간 달 궤도를 공전하며 극지방 촬영, 자기장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2032년 달 탐사선의 사전 준비 작업이다. 수명이 다한 다누리 앞에는 크게 세 개의 선택지가 있다. 달의 중력을 벗어나 더 먼 우주로 떠나는 길과 궤도 유지기동 없이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동결궤도에 들어가는 길 등이다. 김 단장은 “다누리가 달에 연착륙하는 궤도를 시도하며 다음 달 착륙선이 갈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운명을 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