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두배 속력'으로 비행한 다누리…오차없이 '달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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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세계 7번째 달 탐사국 등극“잘 가고 있다. 기다려라 달님.”
다누리 5개월간 무슨 일 있었나
지난 8월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
92분 만에 NASA와 첫 교신 성공
美·日만 성공한 고난도 항로 비행
당초 5번 걸쳐 달 궤도 진입 계획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한창 달을 향해 질주하던 지난 10월 28일. 다누리는 지구로부터 128만㎞ 떨어진 곳에서 이런 문자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관제실에 보내왔다.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도 지구로 보냈다. 3분43초 분량 약 11.19MB 크기의 파일을 2800여 개로 분할해 전송했다. 심우주 환경에서 한국이 데이터 송·수신에 처음 성공한 순간이었다.항우연은 다누리가 145일간 730만㎞의 우주 항해를 마치고 달 궤도에 안착했다고 28일 밝혔다. 다누리는 앞으로 1년간 달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다누리는 올해 8월 5일 오전 8시8분(한국시간) 미국 올랜도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탄도형 달 전이궤적(BLT)’에 올라탔다. BLT는 지구에서 달까지 이동하는 방식 중 연비가 가장 좋은 고난도 궤적이다. 다누리는 태양 방면으로 향하며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라그랑주 포인트)까지 이동했다. 9월 27일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155만㎞ 지점에 도달한 다누리는 지구와 달의 사진을 촬영해 항우연으로 보내왔다. 이후 다누리는 다시 지구와 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달은 총알과 비슷한 초속 1㎞로 공전한다. 다누리는 이보다 빠른 초속 2.08㎞로 쉬지 않고 날아갔다. 다누리의 궤도 계산식에서 소수점 9번째 이하 자리의 미세한 오류라도 있으면 다누리는 달의 중력에 포획되지 않고 스쳐 지나가 ‘우주 미아’가 돼 버린다.이달 17일 새벽 2시45분 다누리는 달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시작했다. 진입기동은 다누리가 달을 지나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적 난관이었다. 다누리는 추력기를 13분간 작동했다. 1차 진입기동 결과 다누리는 달 표면 기준 109~8920㎞의 타원형 궤도를 공전주기 12.3시간으로 돌기 시작했다.
1차 진입기동 성공 후 항우연은 예상했던 남은 4회의 진입기동을 2회로 단축했다. 항우연은 21일 새벽 5시10분 2차, 26일 오전 11시6분 3차 진입기동을 실시했다. 27일 오후 6시 달 궤도 진입 최종 성공을 확인했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계산한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다누리는 104.1~119.9㎞의 원형궤도를 돌고 있다. 초속 1.62㎞로 달을 하루에 약 12번(공전주기 1.98시간) 돈다. 앞으로 남은 연료량 93㎏으로 1년간 임무를 수행한다. 내년 1월부터 한 달간 본체와 탑재체를 점검한다. 태양전지판을 태양 방면으로 전개하고 탑재체는 달 표면을 향하도록 자세를 변경한다.다누리 탑재체는 고해상도 카메라 등 6개다. 내년 2월부터 12월까지 달 표면 영상을 찍는다. 최대 해상도 2.5m, 관측폭 10㎞ 이상이다. 고해상도 카메라로 확보한 달 표면 영상은 달 착륙선 후보지 탐색에 활용된다. 광시야 편광카메라로는 달의 우주자원 분포를 파악한다. 달 영구음영지역 촬영용 카메라인 섀도캠은 달의 남극에서 물(얼음)을 찾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제작한 섀도캠을 제외한 5개 탑재체는 국내 산학연 59곳이 만들었다. 수명을 다한 다누리는 달에 충돌해 2032년 발사 예정인 달 착륙선의 궤도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쓰거나, 달 공전궤도에 남을 예정이다.
한국은 내년부터 10년간 총 6286억원을 투입해 달 착륙선을 개발한다. 1.8t급 착륙선을 2032년 달 표면에 보내는 것이 목표다. 누리호 후속 로켓인 ‘차세대 발사체’도 개발하고 있다. 화성 궤도선 및 착륙선 개발도 내년부터 동시에 시작한다. 화성 궤도선은 2035년, 화성 착륙선은 2045년 발사가 목표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항우연 연구진이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해결했다”며 “국제 우주 탐사 사업에 적극 참여해 우주 개발 역량을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원/이해성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