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제2경인고속도 방음터널서 큰 불…5명 사망·37명 부상(종합4보)

사망자들 모두 주변 지나던 승용차서 발견…터널 내 차량 45대 소실
트럭서 시작된 불, 플라스틱 소재 방음터널로 옮겨붙은 뒤 순식간 확산
목격자 "운전자들 차 버리고 터널 탈출"…차량 통제로 주변 정체 극심
29일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상의 한 방음터널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사망자들은 최초 화재 발생 차량인 트럭이 아닌 주변을 지나던 승용차 내에서 발견됐으며, 화재 구간 내에서는 총 45대의 차량이 소실됐다.

현재 제2경인고속도로와 사고 지점 하부를 지나는 47번 국도는 차량 통행이 차단돼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 폐기물 집게 트럭서 화재…방음터널로 번지며 확산
이날 오후 1시 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불은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은 뒤 급속히 확산했고, 결국 터널 내 수백m에 이르는 구간이 불길에 휩싸였다.

당초 화재는 해당 트럭과 버스의 추돌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소방당국 설명이 있었으나, 트럭의 단독 사고 혹은 자체 발화로 인한 것일 수도 있어 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불로 5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당초 6명으로 알려졌으나, 1명이 중복집계 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5명으로 수정됐다.

사망자는 승용차 4대에서 각각 1∼2명씩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폐기물 운반 집게 트럭에서 시작됐지만, 사망자는 이 주변을 지나던 차량에서 나온 것이다. 부상자는 37명이다.

이 중 3명은 안면부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34명은 연기흡입 등의 경상이다.

경상자 중 다수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현장 처치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구간 내 고립돼 소실된 차량은 45대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3차에 걸친 터널 내부 수색 끝에 이 같은 인명·재산 피해 내역을 밝혔다.
◇ 소방당국 한때 대응 2단계 발령…2시간여 만에 완진
소방당국은 화재 규모가 크다고 판단, 신고 접수 20여 분만인 오후 2시 11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10여 분 뒤인 오후 2시 22분께 경보령을 대응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대응 1단계는 인접 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대응 2단계는 8∼14개 소방서에서 51∼8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94대와 소방관 등 인력 219명, 그리고 소방헬기를 동원해 오후 3시 18분 큰 불길을 잡았다.

이어 불이 난 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

화재 발생 당시 영상을 보면 방음터널 내 수백m에 달하는 구간이 모두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불에 타고, 터널 양 옆으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음터널 내부는 화염으로 가득하고, 뜨거운 열기로 인해 터널 천장이 녹아 불똥이 비처럼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화재 직후 소방당국에는 119 신고가 200여건 넘게 접수되기도 했다.

오후 6시 30분 현재 화재 현장에서는 더 이상 불길과 연기가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향후 현장 합동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 모두 녹아내려 뼈대만 남은 방음터널…피해 왜 컸나
화재 목격자들은 화재 초기에는 불이 크지 않았으나, 불길이 방음벽으로 옮겨간 뒤 갑자기 커졌다고 말한다.

당시 터널에 진입한 운전자 강모 씨는 "터널에 진입해 몇십m 정도를 운전했는데,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게 아니라 100m달리기 선수가 달려오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한꺼번에 덮쳐 왔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이 당황해 차를 버리고 뒤로 뛰거나 차량을 후진해 터널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일반적으로 방음터널은 철제 H빔으로 만들어진 구조체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로 덮어 만들어진다.

이 폴리카보네이트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기에 강한 '방염' 소재이지만, 불연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고온의 열이 장시간 가해질 경우 불에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구나 플라스틱류 소재는 불이 붙으면 목재의 다섯 배가 넘는 열을 내뿜어 불이 더 빨리 번지게 된다.

또 유독가스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폴리카보네이트는 불이 붙으면 열기에 녹아 뚝뚝 떨어져 아래쪽에 더 피해를 키운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방음터널에는 불연 소재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방음터널이 4면이 밀폐된 터널 구조임에도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관리에 빈틈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소방법상 방음터널은 일반 터널로 분류하지 않아 옥내 소화전 등 소방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국토안전관리원 기준으로도 터널에 해당하지 않아 시설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 차량 통행 차단에 차량 정체 극심…통제 장기화 가능성도
화재로 인해 제2경인고속도로와 사고 지점 하부를 지나는 47번 국도에서 차량 통행이 차단되고 있다.

제2경인고속도로는 사고 지점이 포함된 안양시 만안구 삼막IC에서 성남시 수정구 여수대로까지 21.9㎞가 양방향 통제 중이다.

47번 국도의 경우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양방향 1㎞가량(왕복 10차선)의 통행이 차단됐다.

과천시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방향 왕복 4차로 도로를 이용해 'ㄷ자' 형태로 차량을 우회시키고 있다.

왕복 10차로를 오가던 차량이 왕복 4차로로 몰리면서 현재 우회로의 양방향 1.5㎞가량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이같은 정체는 퇴근 시간이 되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과천시 관계자는 "통제된 47번 국도 구간은 위험 요소가 사라지는 대로 통행을 재개하면 오늘 내로는 정상화될 것으로 보는데 사고가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은 정상화되려면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