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투스페티닙', 1상 파트B 모든 용량서 완전관해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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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데이터컷 이후 도출한미약품의 '투스페티닙'(HM43239)이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임상에서 또 한 번의 완전관해(CRi) 소식을 알렸다. 이번엔 용량탐색(dose exploration) 시험 중 40mg 투약군에서 나왔다. 이로써 용량탐색 시험 4가지 용량(40mg 80mg 120mg 160mg) 모두에서 완전관해 사례가 관찰됐다.
앱토즈, 2상 후 가속승인 신청 목표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협력사인 미국 앱토즈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혈액학회(ASH)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올해 ASH는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렸다.CRi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의미하는 'CR'과는 약간 다르다. CRi는 불완전한 혈액학적 회복을 동반하는 완전관해다. 부분관해(PR)보다 낫지만 CR에 못 미치는 상태다. 호중구 또는 혈소판의 수가 기준치보다 낮은 경우다.
앱토즈 측은 "CRi는 정상 혈액 세포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골수아세포가 감소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라고 했다.
백혈병은 백혈구가 이상 증식하는 질환이다. 증가하는 백혈구의 종류에 따라 이름이 나뉘는데, 골수성 백혈구가 갑자기 증가하는 것을 AML이라 부른다. 이렇게 늘어난 백혈구가 골수 내에 축적되면 골수아세포가 생성된다. 통상 골수아세포가 20% 이상일 때 AML라 진단된다. 이게 의미있게 줄었다는 것이다.
투스페티닙, 3개 파트로 임상 진행 중
투스페티닙은 AML에서 흔히 발현되는 돌연변이를 표적하고, 기존 약물의 내성 문제를 극복하도록 개발 중인 신약이다. FLT3 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FLT3 유전자 돌연변이 AML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앱토즈에 투스페티닙의 세계 권리를 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4억2000만달러다. 한미약품은 선급금 1250만달러와 투스페티닙 임상 및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4억75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시판 후에는 연간 순매출에 따라 기술사용료(로열티)도 추가로 수령한다.
앱토즈는 한미약품의 뒤를 이어 올 1월부터 투스페티닙의 재발성 및 불응성(r/r) AML 글로벌 1·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은 A와 B(1상), C(2상)까지 총 3개 부분(파트)로 설계돼있다. 파트A는 투스페티닙 단일제제 용량 증량(dose escalation) 시험이다. 20mg부터 200mg까지 6개 용량을 투약한다. 안전성이 확인된 용량은 파트B(dose exploration)에 등록된다. 파트B는 40mg부터 시작해 80mg 120mg 160mg 등 4개 용량을 탐색하도록 돼있다.
이를 기반으로 파트C 용량 확장(dose expansion) 시험의 초기 투여량도 결정됐다. 파트C에서는 이전 임상과 달리 투스페티닙 단독투약뿐 아니라, '베네토클락스' 병용투여도 평가한다. 투스페티닙은 단일투여 시험에서는 120mg, 병용투여에서는 80mg부터 환자에게 투여된다.
FTL3 야생형 환자 40mg서 CRi 확인
앱토즈는 지난달 초 용량탐색 시험 80mg와 120mg, 160mg 투여군에서 CR 및 CRi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10월 6일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자른(컷) 결과다. 그러다 데이터컷 이후인 지난달 말, 이 시험 40mg 투약군에서도 CRi 사례가 추가로 나온 것이다.이번 CRi 추가로 19%(환자 21명 중 4명)였던 FTL3 변이가 없는 야생형(WT) 환자군의 객관적반응률(ORR)도 높아지게 됐다. 앱토즈 측은 "앞으로도 추가 데이터가 도착하면 각 환자군별 ORR 수치가 수시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회사는 이번 CRi가 FTL3 WT 환자에게서 나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애초 주된 표적(타깃)으로 삼았던 FLT3 돌연변이 외에 FLT3 WT 환자에게서도 효능을 도출한 것은 약의 활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앱토즈 측은 "이번 결과는 투스페티닙이 다양한 AML 환자에게 조혈모세포이식술(HSCT)을 가능하게 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이번 사례 외에도 앱토즈가 투스페티닙에 기대하고 있는 점은 여러가지다. 우선 용량탐색 시험 80~160mg 투약군에서 '조스타파'(성분명 길테리티닙)보다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투스페티닙 투약군은 기존 길테리티닙 임상의 투약군보다 더 많은 사전치료를 받았음에도 길테리티닙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 조스타파는 현재 AML FLT3 변이 양성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안전성 결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투스페티닙은 파트A와 B 전체 투약군에서 200mg의 근육 약화 1건 외에는 투여제한독성(DLT)을 유발하지 않았다. 또 백혈병 치료에 많이 쓰이는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에서 나타나는 독성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투자업계도 이번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캐피탈마켓의 애널리스트 그레고리 렌자는 "이번 투스페티닙 업데이트 결과는 회사가 r/r AML 임상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신호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베네토클락스 병용투여 환자 모집 시작
앞선 두 개 파트에서 투스페티닙의 효능 및 안전성을 확인한 앱토즈는 최근 파트C인 용량확장 시험의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용량확장 시험은 투스페티닙 단일투여와 투스페티닙·베네토클락스 병용투여 두 가지로 진행한다.앱토즈는 베네토클락스 병용투여 시험을 통해 투스페티닙의 투약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베네토클락스는 백혈병 세포에서 발견되는 BCL2 단백질 억제제다. 현재 화학요법 등 기존 백혈병 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병용요법으로는 '오비누투주맙' 또는 '리툭시맙' 등 TKI제제와 투여된다.
임상 2상에 해당하는 파트C 결과를 바탕으로 앱토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HM43239는 올해 5월 FDA로부터 신속심사(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선정됐다. 패스트트랙 지정 약물은 2상 완료 후 가속승인 신청 대상이 된다.
다만 이를 통해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3상 등 시판후 확증 임상에서 효능을 증명해야 한다. 최근 FDA의 시판후임상 평가가 까다로워진 만큼 투스페티닙 역시 완전한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GSK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블렌렙'은 가속승인 대상으로 지정됐지만 지난달 확증 임상에서 실패했다. 회사가 추가 임상 포기를 선언한 지 2주 만에 시장에서 철수됐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벨류에이트밴티지는 "앱토즈가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확보했더라도 가속승인 신청 및 상용화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확증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앱토즈는 내달 10일 열리는 '바이오텍 쇼케이스'에서 회사의 후보물질을 소개한다. 윌리엄 라이스 앱토즈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한다. 발표 주제는 투스페티닙 및 회사의 또 다른 주력 물질인 '룩셉티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룩셉티닙은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해 앱토즈에 기술이전한 물질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