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압박에 '일촉즉발' 발칸반도 긴장 완화 되나

세르비아 대통령 "코소보 접경도로 통행 막던 바리케이드, 29일부터 철거"
양국 갈등 기름 부은 세르비아계 전직 경찰관도 석방
새해를 앞두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발칸 반도의 앙숙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긴장이 서방의 압박에 완화 수순으로 접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세르비아와 통하는 코소보 북부의 도로를 봉쇄했던 코소보 내 소수민족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29일 아침(이하 현지시간)부터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28일 코소보 북부 라스카에서 주민들을 만난 뒤 이 같은 소식을 발표했다.

세르비아 국경과 접한 라스카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이다. 부치치 대통령은 "(철거 완료까지는)긴 과정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세르비아 주민 누구도 처벌받지 않을 것임을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EU는 최근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에서 대화를 중재하고, 긴장 완화를 주문해왔다.
이번 조치로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에 고조됐던 긴장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논평했다.

앞서 코소보가 세르비아 정부 발급 자동차 번호판의 사용을 금지하자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은 서방의 중재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세르비아인들이 실질적인 자치권을 행사하는 코소보 북부 지역에 알바니아계 경찰이 파견되자 이곳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며 재점화했다.

코소보 총인구 180만명 중 알바니아계는 92%, 세르비아계는 6% 정도다. 여기에 지난 10일 코소보 북부 지역에서 세르비아계 전직 경찰관이 체포된 것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해당 경찰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코소보 북부 주요 도시인 미트로비차 등에서 주요 도로를 트럭 등으로 봉쇄하며 코소보 경찰과 대치했다.

28일에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의 최대 국경 통행로마저 막아 양국을 오가는 화물 운송이 차질을 빚고 연말 연휴를 맞아 유럽 각국에서 일하다 고향을 방문하려는 코소보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이처럼 긴장이 고조되자 세르비아는 자국군에 최고 등급의 전투 준비 태세 돌입을 명령하면서 양국 사이에서는 전운마저 감돌았다.

그러자 미국과 EU 등 서방은 어떤 폭력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양측이 최대한으로 자제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바리케이드 철거 발표에 앞서 코소보 경찰을 공격한 혐의로 체포됐던 세르비아계 전직 경찰관 데얀 판티치도 전격 석방됐다.

판티치의 변호인은 코소보 고등법원이 판티치의 상태를 구금에서 가택연금으로 바꿔 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 등 코소보 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와 관련, 검찰과 법원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세르비아의 영토였던 코소보는 1998∼1999년 분리 독립을 추진했다가 세르비아계의 인종 청소로 1만3천 명이 학살되는 아픔을 겪었다.

미국 등 서방의 지원으로 결국 2008년에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세르비아 편에 서서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코소보 정부는 이번에 세르비아와의 긴장이 고조된 것에 러시아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면서 세르비아가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권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