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먹통 유발 SK데이터센터 화재 '배터리 내부발화' 가능성"

국과수 "경년열화·절연파괴로 인한 단락 가능성" 감정 결과 회신
명확한 화인 결론 안 나와…향후 관계사 간 책임 공방 계속될 듯

지난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유발한 SK C&C 판교캠퍼스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배터리 내부에서 발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전달받은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SK C&C 화재 사고 수사전담팀에 따르면 국과수는 지난 28일 "배터리 셀 내부의 경년열화(經年劣化)에 따른 절연 파괴로 인해 발생한 단락이 발화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절연 파괴 원인에 대해서는 논단할 수 없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경년열화는 장기간에 걸쳐 사용한 부품이 닳거나 약해지는 현상이고, 절연 파괴는 절연 피복의 손상 등으로 갑자기 많은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불이 난 배터리는 SK 모바일에너지가 2015년 제작한 리튬이온 배터리로, 평균 수명은 10년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균 수명만 놓고 보면 연한이 3년여 남은 것이다.

국과수는 또 "외부적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의 초기 수사 단계에서도 확인이 됐던 내용이다. 경찰이 확인한 6분가량의 내부 CCTV 영상에는 화재 직전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불이 시작되고, 자동소화설비가 정상 작동해 할로겐 가스가 분사되는 장면이 담겼다.

외부인의 침입 흔적 등은 나타난 바 없었다.

이에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은 배터리 모듈 자체 또는 주변 기기의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 진단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는 화재 발생 시점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였다.

이상 발생 시 관제실 등에 경고음이 울리지만, 이런 사실도 없었다.

국과수는 화재 발생 이틀 만인 10월 17일 현장 합동감식을 통해 불이 난 배터리 모듈 1점을 수거했다.

경찰은 10월 21일 SK C&C 판교캠퍼스 A동(서버동)과 B동(업무동) 등 2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확보한 자료를 국과수에 넘겼다.

국과수는 두 달여 만에 감정 결과를 내놨지만, 발화 원인을 명확하게 단정 짓는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어서 이를 두고 향후 관련 업체 사이에 책임 소재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온 만큼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며 "현재까지 형사 입건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 15일 오후 3시 19분께 카카오 등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한 SK C&C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서버 서비스 전원이 차단되면서 카카오·다음과 네이버 등의 서비스가 크고 작은 장애를 일으켰다.

특히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와 기능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5일이 넘는 127시간 30분이 걸려 역사상 가장 긴 시간 이어진 장애로 기록되게 됐다.

이로 인해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국회는 이 화재 이후 데이터센터와 대형 플랫폼 사업자(부가통신사업자)가 정부 관리를 받도록 하는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관련 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8일 내년 업무계획을 통해 카카오 장애 사태와 같은 디지털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 발생 시에 가동하던 디지털 재난·위기 관리체계를 상시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