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운스, 8000억원대 마일스톤 포기하고 현금 850억원 수령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자금난에 수정 계약
길리어드에 기술수출한 GS-1811 마일스톤 권리 포기
내년에 당장 쓸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8000억원이 넘는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및 기술사용료(로열티)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면역항암제 개발기업 자운스테라퓨틱스는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기술수출한 'GS-1811'의 마일스톤 권리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6700만달러(약 850억원)를 수령하기로 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마일스톤을 포기할 만큼, 바이오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자운스는 2020년 길리어드와 GS-1811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길리어드로부터 8500만달러의 선급금과 4000만달러의 마일스톤, 35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받았다. 이후 최대 6억8500만달러(약 8700억원)의 마일스톤 및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수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운스는 미래의 마일스톤 및 로열티가 아니라 당장의 현금을 선택했다.

국내 벤처캐피털(VC)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해외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안재열 상무는 “자운스의 현금 소진 속도로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자운스의 보유 현금(Cash and cash equivalents)은 7711만달러(약 978억원)다. 3분기 동안 사용한 현금은 1842만달러(223억원)였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현금이 바닥날 수 있다. 자운스는 GS-1811 외에도 ‘JTX-8064’ 등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마일스톤을 포기하고 현금을 수령한 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현금 수령 소식이 전해지자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자운스의 주가는 33.8% 급등한 0.99달러로 장을 마쳤다.
GS-1811은 종양침윤 조절T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케모카인 수용체 CCR8를 표적하는 항체 약물이다. 지난해 8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에 진입했다. CCR8는 면역을 저해하는 조절T세포를 종양미세환경(TME)으로 불러모은다. CCR8 발현이 높을수록 암 환자의 예후도 나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CR8 표적 약물 중 개발 진도가 가장 빠른 곳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다. ‘BMS-98634’로 단독 및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와 병용하는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바이엘의 CCR8 단일클론항체 ‘BAY3375968’이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신약벤처 서피스온콜로지는 지난달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국내에서 CCR8을 표적하는 항체 약물을 개발하는 곳은 없다. 한미약품은 랩트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조절T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CCR4 수용체를 공략하는 ‘FLX475’를 개발 중이다. 굳티셀은 미공개 표적으로 조절T세포 저해 후보물질 ‘GTC110-04’를 개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