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고정 임대료 폐지한다…여객수 따라 면세점 부담 달라져

21년만에 '여객당 임대료' 도입
여객 수에 응찰단가 곱해 산정

'매출 연동형' 바라는 면세업계
"모든 출국자가 쇼핑하진 않아"
올해 여객 급증에도 매출 제자리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2001년 개점한 지 21년 만에 고정 임대료 제도를 폐지한다. 대신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가 조정되는 여객당 임대료 제도를 도입한다.

코로나19 등으로 오랜 기간 고전 중인 면세점업계에서는 경영환경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임차료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고정 임대료가 폐지되는 것에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적용하는 매출 연동형에 비해선 현 상황을 타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년 사업권 입찰 내년 2월에

인천국제공항은 2만4172㎡ 규모의 제1여객터미널(T1), 탑승동 및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사업권의 입찰방식을 29일 공고했다. 내년 2월 22일 치러지는 입찰에는 일반 사업권 5개, 중소·중견 사업권 2개가 나온다. 계약기간은 운영 안정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기본 10년으로 정했다.

면세점업계 초미의 관심사이던 임대료 산정 기준은 여객당 임대료 체계로 변경했다. 인천국제공항이 처음 제안한 모델로,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않은 변수로 여객 수요가 급감할 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인천공항 측 설명이다.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1위 공항 면세점이다. 그런 만큼 이번 입찰공고는 ‘면세점업계 최대 이슈’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주목 대상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입찰제안서를 받아 특허심사 대상 사업자를 복수로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관세청이 공사의 평가 결과를 50% 반영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신규 사업자는 내년 7월께 영업을 개시할 전망이다.

면세점업계, 일단 반색하지만

면세점업계는 고정임대료 방식을 폐지하는 것에 반색하면서도 여객 수를 기준으로 삼아 임대료를 책정하는 데 아쉬움도 제기한다. 모든 출국자가 면세점 쇼핑을 하는 것은 아닌 만큼, 완전한 매출 연동형 임대료 체계가 위기 극복에 더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출발 여객은 2021년 1~11월 141만679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717만4841명으로 408.6% 급증했지만, 2021년 17조8333억원이던 면세점 전체 매출은 올해 1~11월 16조4724억원에 그쳤다. 12월 매출을 추가해도 2021년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한 면세점의 출국자 구매전환율은 올해 8~9월 14%에서 10~11월 9%로 떨어졌다. 이 면세점 관계자는 “10월 11일 일본이 개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면서 출발 여객이 늘기는 했다”며 “하지만 공항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가는 비율은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저 현상으로 면세점보다는 현지에서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