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기차 점유율 2%로 추락…하이브리드 고집 '뼈아픈 패착'

中·美·유럽 '3강 체제' 굳어져

일본車, 시장 선점하고도
'잘못된 전략'으로 흐름 놓쳐
도요타 프리우스
세계 전기차 시장이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3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한때 전기차 시장
의 90%를 차지했던 일본 자동차업체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한 탓에 점유율이 2~3%까지 추락했다.

29일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회사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68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6%에서 10%로 늘었다.국가별로는 중국 자동차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BYD 등 중국 자동차업체의 올해 판매량은 약 290만 대로 전체 전기차 시장의 40%를 차지했다.

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은 210만 대, 점유율은 30%였다. 폭스바겐 등이 주도하는 EU 자동차업체 판매량과 점유율이 각각 120만 대와 20%로 뒤를 이었다. 중국과 미국, EU 등 세 개 지역의 자동차업체가 전체 전기차 시장의 90%를 차지했다.

도요타자동차와 혼다, 닛산자동차 등 일본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20만 대로 점유율이 2~3%대에 그쳤다. 마크라인즈는 “하이브리드차를 고집한 전략이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의 위상이 급격히 하락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를 양산했다. 미쓰비시자동차가 2009년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인 ‘아이미브’를, 닛산자동차는 이듬해 ‘리프’를 출시했다. 수천~수만 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당시 일본 자동차업체의 점유율은 70~90%에 달했다.

도요타가 1997년 세계 최초 양산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후 일본 자동차업체의 하이브리드차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기술력만 믿고 하이브리드차를 중시하는 전략을 버리지 못한 탓에 전기차 전환의 흐름을 놓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EU 등 탈석탄화에 먼저 뛰어든 국가들은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 자동차에서 제외하는 추세다. 하이브리드차가 일본 등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 가능한 차로 전락할 위기를 맞은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시장의 비중은 5%까지 줄어들었다”며 “하이브리드차만 중시하는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