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덕분에 단 4명이서 돼지 7200마리 키우죠"

FTA 20년 변경의 개척자들
(4) 70대 양돈인 이성권씨

AI로 24시간 돼지 건강 파악
2~3명분 인건비 아낄수 있어
사람이 알기 힘든 병 쉽게 확인

한해 수익 60억~70억원 올려
FTA로 구조조정 우려 컸지만
대형화, 축사 자동화로 승부
이성권씨가 경기 화성 축사에서 돼지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뒤쪽 화면은 세종 축사의 폐쇄회로TV(CCTV) 장면. 정의진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축산농가입니다. 돼지 7200마리 키우는 데 직원 네 명이면 충분합니다.”

이성권 리앤팜 회장(72)은 세종시와 충남 공주시, 경기 화성시에 축사를 짓고 1년에 4만5000마리의 돼지를 길러 판매하는 양돈인이다. 연간 매출은 200억~250억원. 사료값과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남는 순수익은 1년에 60억~70억원이라고 한다.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해 1981년 전역할 때까지 돼지라고는 키워본 적도 없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었다던 그가 한평생 양돈에 전념해 일군 성과다.이 회장이 세종에서 양돈업에 처음 뛰어든 것은 1987년. 그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퇴직금을 다 털어넣어 전국에서 좋아 보이는 돼지 새끼들을 골라 사모아 시작했다”며 “처음엔 거의 비닐하우스나 다름없는 곳에서 분뇨를 직접 손으로 치워가며 500마리의 돼지를 길렀다”고 했다.

영세한 돼지 농장주였던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운 것은 2010년부터다. 이 회장은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때문에 전국적으로 돼지 농가가 한 차례 구조조정이 됐는데, 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발효되면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봤다”며 “정부로부터 현대화사업 자금 10억원을 받아 기존 농장을 헐고 현대식 축사를 지었다”고 했다.

2012년 준공한 새 축사는 분뇨 처리를 자동화했고, 폐쇄회로TV(CCTV)로 돼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사업 규모는 커졌다. 돼지는 새끼를 낳는 ‘모돈(母豚)’과 살을 찌워 식용으로 파는 ‘비육돈’으로 나뉘는데, 모돈 수가 100두에서 350두로 불어났다. 돈을 모은 이 회장은 2012년 공주에 축사를 새로 지었다. 세종 축사는 모돈 350두에 비육돈 2400두 규모이고, 공주 축사는 비육돈만 3600두다. 이 회장은 “FTA로 분명 사업의 부침은 있었지만 대형화한 덕분에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을 더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이 회장은 최근엔 한국축산데이터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양돈에 접목해 규모의 경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해엔 축사 시공 단계부터 AI가 반영된 축사를 화성에 지었다. 비육돈 7200두를 키우는 화성 축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단 4명. 사람이 아닌 AI가 24시간 돼지의 몸무게를 측정하고 움직임을 분석해 돼지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때문에 인력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회장은 “2~3명분의 인건비를 절감한 것은 물론 사람이 파악하기 힘든 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죽을 뻔한 돼지를 많이 살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화성 농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충남 보령시에 또 다른 축사를 짓고 있다. 내년 4월 준공 예정인 보령 축사는 AI를 접목한 것은 물론 양돈 강국인 덴마크의 축사 건축기법에 따라 건설되고 있다.

이 회장은 “덴마크의 양돈 기술을 익히기 위해 아들과 함께 덴마크를 견학한 것은 물론 한국에서도 덴마크 농장으로부터 컨설팅받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정의진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