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이 80조원인데 회계감사를 안 받는다?…'테더'주의보 [한경 코알라]

12월 30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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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된 테더

지난 11월 코인데스크가 알라메다의 부실한 재무제표를 공개해 FTX의 민낯을 밝혔다. 지난주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보유 자산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투자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최근 블룸버그는 일부 헤지펀드들이 시가총액 1위의 스테이블코인 테더 숏베팅에 나섰으며,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FTX 사태 때보다 더 큰 파장이 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자금의 이동이나 USDT 디페깅이 목격되지는 않았으나, 테더를 둘러싼 의혹들이 근거 없는 FUD에 불과한지, 경각심을 일깨우는 경고음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기되는 이슈가 무엇인지, 테더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제기되는 이슈와 테더의 반박

첫째, 9월말 $68.1B에 달하는 테더의 자산 중 9%를 차지하는 담보 대출(Secured Loans)의 건전성과 관련된 이슈다. 1) 담보 대출의 규모와 비중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2) 담보 관련 정보가 부재하며, 3) 장부상의 가치가 USDT로 기록되어 USDT 가치 변동에 노출된다는 점이 주요 우려 사항이다. 담보 대출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전체적인 유동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량의 환매요청에 필요한 자금을 즉시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테더와 유사한 담보 구조를 가진 MMF는 해당 이유로 담보대출을 자산에 편입하지 않는다 (10월말 기준 미국 과세형 MMF 중 담보대출을 편입한 펀드는 단 한 개도 없었다).
또한, 관련 정보의 부재는 담보 대출의 리스크를 파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난 7월 파산한 셀시우스(Celsius) 외에도 가상자산을 담보로 테더를 대출한 고객이 있다면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부실이 불가피하다. 기존 보고서에 포함되었던 ‘특수관계인(affiliated entities)에게 대출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올해 2분기부터 삭제되면서 'FTX-알라메다'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테더의 자매회사는 가상자산 거래소 Bitfinex).이와 더불어 담보 대출의 장부상의 가치는 USDT로 기록되기 때문에 USDT 시세 변동에 따라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9월말 테더의 총자산은 $68.1B, 총부채는 $67.8B로 자본은 불과 $250.1M에 지나지 않는다. USDT의 페깅이 깨져 4% 하락한 $0.96에서 거래될 경우 $250.1M의 완충장치(Capital cushion)가 사라져 단번에 손실 구간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테더는 이와 관련해 2023년 한 해에 걸쳐 손실 없이 담보 대출 비중을 0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오직 조건에 부합하는 고객에게만 대출을 실행하고, 모든 대출은 유동 자산에 의해 과담보(over-collateralized)된다고 일축했다. 또한, 담보 대출의 가치는 USDT 가격이 아닌 담보물 자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USDT 디페깅에 따른 장부상의 가치 하락이 자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금리 인상으로 채권 등의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자본을 크게 확충할 것이라고 전했다.
둘째, 테더가 분기별로 공개하는 재무 보고서의 신뢰도와 관련된 이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되어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테더는 회계법인의 감사가 아닌 ‘확인(Attestation)’을 받은 문서를 분기별로 공개한다. 확인보고서는 테더가 특정 시점의 자산 내역에 대한 스냅샷을 제공하면 회계법인이 데이터가 일치하는지만을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감사보고서에 비해 신뢰도가 매우 낮은 셈이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17년 테더가 자산을 부풀리기 위해 확인을 받기 몇 시간 전 자매회사 Bitfinex로부터 $382M를 전송받아 자산 정보를 왜곡한 혐의로 테더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확인 업무를 담당하는 회계법인 BDO가 최근 가상자산 업체 협업 서비스를 재고하고 있다고 알려지며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대규모 환매 시나리오와 영향

투자자들이 테더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원금 상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환매 요청이 급증할 수 있다. 테더의 준비금 여부에 따라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 중 첫째는 테더가 주장하는 준비금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을 때이다. 9월말 기준 테더가 보유한 $68.1B의 준비금 중 82%에 해당하는 유동자산($56.1B) 규모만을 고려했을 때 일시에 대규모 환매가 일어나더라도 테더의 상환 능력은 충분한 수준이다. 테더가 보유한 T-Bill 규모는 $39.7B이며, MMF 보유량까지 합산할 경우 $46.8B에 달해 결코 적지 않은 물량임은 분명하다. 11월 일평균 T-Bill 거래량이 $177.7B임을 감안할 때 테더의 보유량은 수일 내로 소화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테더의 준비금에 구멍이 존재할 때이다. 실제로 2016년에서 2019년 사이 대부분 기간 테더 측 준비금이 USDT 발행량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이는 허황된 주장이 아니다. 준비금에 구멍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환매 청구가 일시에 대량으로 이루어질 경우 블룸버그가 경고한 바와 같이 FTX 때보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테더는 MMF와 같은 제도권 내의 금융상품과 달리 규제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금융당국 혹은 정부의 개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투자자들은 테더 법인의 파산절차에 따라 변제받게 될 텐데, 마운트곡스의 피해액 상환이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돌이켜 볼 때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한 가상자산 시장 침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USDT는 시가총액 1위의 스테이블코인인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서 안전자산(현금)과 준비통화의 기능을 동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USDT 디페깅 시 USDT를 현금처럼 사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었던 기업들은 USDT 외 보유 자산의 매도를 통해 손실을 메꾸려고 할 것이다. USDT 트레이딩 페어가 지원되는 코인(CEX 기준 4,000개 이상)들은 트레이딩 페어 원리에 의해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테더 붕괴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USDC와 BUSD

시가총액 2, 3위 스테이블코인인 USDC와 BUSD는 테더와 동일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이지만, 1) 미국 규제당국의 감독하에 운용되고, 2) 현금과 안전자산만을 담보로 설정하며, 3) 준비금을 금융기관이 관리한다는 점에서 테더와 성격을 달리한다.

USDC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이 감독하는 써클(Circle)에서 발행된다. 써클은 매년 U.S. GAAP 회계 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SEC에 공시하고, 동일한 회계법인이 작성한 USDC 확인보고서를 매달 공개한다. 미국은 허위 공시에 따른 페널티가 매우 큰 나라이기 때문에 써클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USDC를 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USDC는 준비금 전액을 현금(18.4%)과 만기 90일 미만 미 국채(81.6%)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대형 금융기관인 뉴욕멜론은행(수탁)과 블랙록(운용)이 관리한다. FTX 사태 때 목도한 고객 예치금의 사적 유용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다.

BUSD 역시 뉴욕 금융서비스국(NYDFS)이 감독하는 팍소스(Paxos)에서 발행된다. 따라서 NYDFS의 정기적인 조사와 함께 제3자 감사인으로부터 정기적인 재무 감사와 운영, 규정 준수 여부 등을 평가받는다. 또한 준비금은 전액 현금(4.1%)과 만기 90일 미만 미 국채(28.5%), 익일물 역레포(67.4%)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현금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파산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된다. USDC와 BUSD 모두 그 어느 기관의 규제도 받지 않고, 위험자산을 담보로 설정하고 있으며, 준비금 관리 및 보호 여부가 불투명한 테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된다.

대안은 제도권 내의 스테이블코인과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

계속해서 제기되는 의혹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일된 회계기준으로 감사를 받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명확한 회계 처리 및 감사 기준도 없거니와 현재 업계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온체인 PoR(Proof of Reserve; 준비금 증명)도 완전하지 않고, 회계법인들이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감사 업무 수행을 중단하고 있어 근 시일 내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 남은 선택은 세 가지가 있다. 1) 테더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USDT를 보유하거나, 2) 제도권 내의 스테이블코인(USDC, BUSD)으로 자금을 옮기거나, 3) 탈중앙화(혹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거나.

USDT는 앞서 제기한 리스크를 모두 감수해야 하는 대신 가상자산 거래의 편리함에 있어 타 스테이블코인 대비 우위를 가진다. 제도권 내의 스테이블코인은 테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나 역설적으로 규제 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규제에 취약할 수 있다.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이 보유한 리스크로부터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테라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가치를 보증하는 담보가 없어 가격 조작에 취약하다. 최근 들어서는 알고리즘스테이블코인도 정교한 프로그래밍을 기반으로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예시로 커브의 crvUSD는 단계 청산의 개념을 도입하여 청산 위험을 분산화하기 때문에 가격 조작에 따른 디페깅이 발생하더라도 대규모 청산 발생 가능성을 낮추어 디페깅 가속화를 방지한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나 주목해볼 만하다.
크로스앵글은…크로스앵글은 크립토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 운영사다. 쟁글은 글로벌 가상자산 공시, 평가와 더불어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투자 산업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