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펜트하우스'있던 남산 힐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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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힐튼 서울, 31일 오전 영업 종료
대우개발이 1983년 문 열어
호텔 꼭대기엔 김우중 '펜트하우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자주 방문
대우, IMF 부도위기에 호텔 매각
지난해엔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
2027년 호텔·상가 등 복합시설로 재탄생
대우그룹과 흥망성쇠 함께…23층엔 '김우중 펜트하우스'
김 전 회장은 당시 미국에서 활동하던 김 건축가에게 설계를 부탁하기 위해 직접 미국까지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꼭대기 층인 23층 펜트하우스는 김 전 회장이 개인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사용했다.
1999년 대우그룹은 외환위기로 그룹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대우개발이 소유하고 있던 힐튼 호텔을 싱가포르계 투자전문기업 CDL호텔코리아에 2600억원에 매각했다. 대우그룹은 호텔을 매각하면서도 23층 펜트하우스만큼은 대우개발의 장기임대 형식으로 빌려 관리해왔다.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 씨는 힐튼 호텔을 경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정씨는 1983년 12월 7일 힐튼 호텔이 개관한 뒤 1984년 1월 대우개발 회장으로 취임해 매각 때까지 호텔을 직접 경영했다. 김 전 회장이 힐튼 호텔 매각을 결정하자 김 전 회장 앞에서 대성통곡했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진 일화다.
전두환 전 대통령 퇴임 만찬도…2027년 복합시설로 재탄생
CDL호텔코리아는 2004년 호텔 운영업체 밀레니엄과 신규 계약을 체결해 호텔 이름을 '밀레니엄힐튼 서울'로 바꿔 재개장했다. 이후 코로나19로 호텔이 경영난에 직면하자 지난해 12월 국내 자산운용업체인 이지스자산운용에 호텔을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건물을 허물고 오피스, 호텔, 상가 등으로 구성된 복합시설을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호텔 내부에 있던 세븐럭 카지노도 '세븐럭 강북힐튼점'에서 '세븐럭 서울드래곤시티점'으로 이름을 바꾸며 용산의 서울드래곤시티로 자리를 옮긴다. 드래곤시티 내 이비스호텔 5층 그랜드볼룸에 문을 여는 새 카지노 업장의 면적은 기존 대비 약 20% 넓어진다.남산 힐튼호텔에서 1983년부터 2014년까지 32년간 근무한 박효남 세종사이버대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교수는 "힐튼호텔은 우리나라 호텔·관광 산업의 성장을 함께한 호텔"이라며 "국제적인 행사도 많이 개최한만큼 국가 경제 성장에 크게 일조한 의미 있는 호텔"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