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이아가라폭포의 꼬마, '아바타2'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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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비타협적 상상의 힘
이언 네이선 지음 / 김지윤 옮김
씨네21북스 / 240쪽│3만5000원
영화 평론가의 '카메론 인생' 집대성
캐나다 나이아가라 마을서 자란 카메론
심해 다큐 광팬…물 속 세계 동경
17살때 쓴 해저 외계인 소설 '어비스'
SF 영화 아바타2의 해저 배경 '원조'
컴퓨터그래픽 등 최고의 첨단 기술로
인간의 기술 만능주의 경고 '아이러니'

영국 영화평론가 이언 네이선이 쓴 <제임스 카메론, 비타협적 상상의 힘>은 카메론 감독의 45년 영화 인생을 집대성했다. 카메론과 한 인터뷰, 카메론의 강연 등을 참고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아냈다. 지난달 원서가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책은 각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뒷이야기, 카메론의 작품 세계를 꿰뚫는 문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 “카메론이 자신의 경력 중에서 가장 아이러니라고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기술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의존에 경고를 하기 위해 훨씬 더 진보된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기계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기계의 발전이 필요하다니! 카메론은 편집증적인 꿈을 해석하는 파멸의 예언자이다.” 카메론은 컴퓨터그래픽(CG) 등 첨단기술을 동원해 인간 중심주의, 기술 만능주의에 경고를 날린다.카메론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렸을 리는 없다. 영화계 입문 초기 ‘피라냐2’ 감독을 맡았다가 예산이 부족해 호텔 방에서 직접 고무 물고기를 만들어 색칠했고, 제작자가 멋대로 짜깁기한 상태로 영화가 개봉되는 굴욕을 맛봤다. ‘에이리언2’ 시나리오 마감 일정을 못 맞췄다가 “할리우드에서 다시는 일하지 못할 것”이라는 악담을 듣기도 했다.
다만, 이 책은 카메론이 대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상상력의 원천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는 않는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그 부분일 텐데 말이다. 매 작품에 카메론이 얼마나 성실하게 임했는지 자세히 묘사할 뿐이다. 예컨대 ‘검증되지 않은 감독’이었던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투자자와의 약속 자리에 터미네이터처럼 분장한 배우를 데리고 나간다. 바이커 부츠를 신고 낡은 가죽 재킷을 걸친 상처투성이의 남자로 시나리오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나는 최고다.” 책의 첫 장에는 카메론의 이런 말이 적혀 있다. 그리고 뒤이어 이런 말도. “나는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때까지 계속 작업한다.”블록버스터 전문 영화감독에 대한 책이 아니랄까 봐 책의 스케일이 크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일반적인 책 크기의 1.5배인 가로 248㎜, 세로 292㎜짜리 널찍한 판형을 택했다. 책 무게가 1.7㎏에 달한다. 덕분에 촬영 뒷이야기 등 본문뿐 아니라 수록된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이타닉’ 등 카메론의 주요 영화 스틸컷은 물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케이트 윈즐릿 등 스타 배우들의 촬영 당시 모습이 알차게 담겨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