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천 제2경인고속도 방음터널 화재 사고 본격 수사(종합)

'최초 발화' 트럭 기사 우선 조사…시공사·관리사까지 전방위 수사할 듯
'터널진입 차단시설' 미작동 원인도 주시…현장감식서 전기배선 등 수거

경찰이 지난 29일 5명의 사망자를 낸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함께 합동 현장 감식을 벌였다.
합동감식팀은 최초 불이 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의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차량 배터리 전기배선 등 총 3종의 잔해물을 수거했다.

또 사망자 5명이 발견된 승용차 4대에 대해서도 감식을 벌였다. 이 차들은 안양 방향 방음터널 입구로부터 200∼300m 지점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은 전날 화재 진압 완료 후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화재로 소실된 차량 45대도 남아 있는 상태이다.

합동감식팀은 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물을 분석할 방침이다. 감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추가 감식 일정은 잡힌 것이 없다.

합동감식팀 관계자는 "감식 결과 트럭의 발화 부위는 화물칸 우측 전면 하단부로 추정되며 원인은 확정하기 어렵다"며 "불은 방음터널 벽면 등에 옮겨붙은 뒤 바람을 타고 급격히 확산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음터널을 공사한 시공사와 도로 관리 주체인 ㈜제이경인고속도로에 대해서도 도로 건설·유지 및 보수 등 과정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방음터널 입구 인근에 있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의 작동 여부에 관해서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 시설은 사고 발생 시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시설이지만 이번 화재 때에는 양방향 중 성남 방향 차단시설만 정상 작동하고, 안양 방향 시설은 미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는 모두 안양 방향 차로에 발견됐는데,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대인 성남 방향 차로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 운전자 A씨에 대해 전날 1차 참고인 조사를 한 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A씨는 이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으며, 이날 2차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운전 중 갑자기 에어가 터지는 '펑' 하는 소리가 난 뒤 화재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망자의 시신에서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육안으로는 신원 확인이 어려워 유족과 DNA 대조 작업을 벌인 뒤 신원을 최종 확인을 할 방침이다.

아울러 명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사망자 전원의 시신을 부검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은 트럭 운전자에 대한 조사에 집중하겠다"며 "시공사와 도로 관리 주체에 관한 수사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1시 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5t 폐기물 운반용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불은 아크릴로 된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으면서 급속히 확산했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 완전히 진압될 때까지 총 길이 830m 방음터널 가운데 600m 구간을 태웠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재 직후 수사부장과 자치경찰부장을 공동 수사본부장으로 하는 50여 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