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새해 주식투자

올해 코스피지수는 완전히 바닥을 기었다. 연말 지수는 2236.40으로 연초 대비 25.17%나 떨어졌다. G20 국가 중 러시아(-42.46%)를 빼고는 가장 큰 하락률이다.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 확대와 개인투자자의 가세로 3300선을 돌파한 지난해 6월의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무려 10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으니 고점에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의 시름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코스피 하락률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유난히 두드러졌다. 미국 일본은 10%대 초반 하락률을 기록했고 중국조차 19%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값 급등,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원화 약세 심화 등 수많은 악재가 겹친 탓이다. 한국 산업의 대들보인 반도체 경기가 글로벌 수요 퇴조로 급랭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9만 전자’를 구가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결국 ‘5만 전자’로 마감하고 말았다. 한때 SK의 자랑이었던 하이닉스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4분기엔 수조원대 적자 전망까지 나온다.내년 주가는 어떻게 될까. 일단 상저하고를 점치는 전망이 많다. 상반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이 잦아들면 하반기에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다. 중국의 대만 공격과 인접 국가들의 갈등, 여차하면 핵을 사용하겠다는 러시아의 호전성, 중동지역 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돌출 행동 가능성 중에 하나라도 터지면 지구촌 경제는 또 한 번의 거센 충격에 휩싸일 터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다고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일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한국은 부동산금융 불안이 여전하고 가계부채 뇌관도 살아 있다.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린 투자 구루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목줄에 묶여 주인 주위를 오가는 산책하는 개에 주가지수를 비유했다. 단기적으론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는 얘기다. 누구도 장세를 점치기 어려운 때는 지루할 정도로 뜸을 들이는 것이 낫다는 얘기가 있다. 가격이 아니라 시간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1년 새 급락한 주가가 회복되려면 하락한 요인만큼이나 많은 긍정적 스토리가 필요할 것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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