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도체 초강대국 국정과제 '홀대'에 역정…혁신정책 안펴는 기재부에도 불만 쌓인 듯

반도체 연일 강조했지만 무색
"文정부와 정책 차별 안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기획재정부를 향해 “반도체 세제 지원 추가 확대를 적극 검토하라”고 질책성 지시를 한 것은 핵심 국정과제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세제지원 관련 법안이 경제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이라는 국정과제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어떤 정부 정책이 힘 있게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파악한 기재부는 부랴부랴 새 법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반도체 정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정부에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도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반도체 인력 양성이) 힘들다”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해명을 듣고 “국가 운명이 걸려 있는 역점사업을 치고 나가지 못하는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국운을 걸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뒤 처음으로 찾은 산업 현장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였다. 윤 대통령에게 현장을 안내한 이종호 당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혁신보다 안정 위주’의 경제 정책을 짜는 기재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 21일 기재부의 새해 업무보고 당시에도 “부동산 세제·대출 규제 완화를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 측근들로부터 “경제부처의 주요 요직을 기재부 선·후배 관료들이 독식하면서 조직 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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