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선종…향년 9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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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교리의 수호자'…8년간 재임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31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2013년 건강상 이유로 교황직 자진 사임
교황청은 "명예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날) 오전 9시34분에 바티칸에서 돌아가셨다고 슬픔 속에 알린다"고 발표했다. 향년 95세.2013년 2월 건강 문제로 교황직에서 사임한 지 약 10년만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종신직이 전통적 관례인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역대 두 번째 교황이다. 재위 8년 만인 2013년 전격적인 사임 발표를 했다. 교황직을 내려놓고 스스로 '명예 교황'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후임 교황에게 무조건 순명(順命)하겠다고 언약했다.
선종 때까지 교황의 자리를 유지하는 전통을 깬 것. 교황이 되기 전 독일 탱크와 맹견에 비유해 '판처카르디날', '신의 로트와일러(독일 맹견)'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교회의 전통적 가치 회복을 주창한 신학자였던 만큼 더욱 세상이 놀랐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본명은 요제프 라칭거다.5살 때 뮌헨 대주교의 붉은 복장을 처음으로 접한 후 가톨릭 성직을 동경해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77년 뮌헨 대주교가 됐고, 1981년 당시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신앙교리성 장관에 임명됐다. 신앙교리성 장관을 약 25년간 지낸 후 2005년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선출됐다.
교황 선출 당시 나이가 78세로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만의 최고령 교황이었다. 역사상 여덟 번째 독일인 교황이기도 했다.
당대 정상급 신학자이자 교황청 내 보수파의 거두였던 베네딕토 16세는 교회의 전통을 되살리는 데 힘을 쏟았다. 요한 바오로 6세 이후로 폐지됐던 교황의 의상을 다시 착용하기도 했다.엄격하고 보수적인 교회윤리를 강조해 동성애, 이혼, 낙태, 피임, 인간 복제 등에 반대했다.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시각을 고수했다.
보수적인 행보로 교황 재임 기간 8년간은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슬람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한 가톨릭 주교를 복권, 유대계와도 마찰이 있었다.
전 세계 추기경들의 교황 선출 밀실회의인 '콘클라베'를 앞두고는 10대 시절 독일 나치의 청년 조직인 '유겐트(나치 소년단)'에 가입한 전력으로 비판받기도 했다.재임 기간 사제들의 성 추문, 2012년 베네딕토 16세의 집사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성직자들의 뇌물 비리 등을 담은 기밀문서를 언론에 폭로하는 등 스캔들도 불거졌다.
다만 환경 보호, 신자유주의 비판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입장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즉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문제로 더는 직무를 수행할 힘이 없다며 자진 사임했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598년 만, 자유의지 사임은 1294년 첼레스티노 5세 이래 719년 만의 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사임 후 모국인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바티칸시국 내 한 수도원에서 지내며 연구 및 저술 활동에 몰두했다.보수적인 베네딕토 16세와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는 2019년 '두 교황'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