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만지면 스트레스받아요"…무분별한 동물원 체험 '그만'

환경부, 지자체·동물원에 '체험프로그램 매뉴얼' 배포
"동물을 함부로 만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동물들에게 정해진 먹이 외에는 주지 말아주세요.

"
A 동물원에서 프레리도그와 기니피그 등 설치류 먹이주기를 체험할 때 공지하는 내용이다.

급여하려는 관람객은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집게를 써야 한다. 손으로 먹이를 주려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먹이주기 체험에 입회한 사육사는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이 소리를 지르자 체험을 중단한다.

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작년 11월 환경부는 이런 내용의 가상 시나리오를 담은 '동물원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매뉴얼)을 전국에 있는 동물원과 동물원 운영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매뉴얼에 제시된 '모범사례'에는 통제에 따르지 않는 관람객이 있거나 동물의 건강이 악화하면 프로그램을 중지하고, 단순한 급여보다는 보유 동물의 특성에 맞는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환경부가 이런 매뉴얼을 배포한 건 작년 11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개정되면서다.
개정법은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보유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하거나 관람객에게 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오는 12월 14일 개정법이 시행되면 금지행위를 하는 동물원과 수족관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지행위를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하위법령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환경부는 매뉴얼에서 '정해진 구역 내에서 사육사 입회하에 먹이주기·만지기 체험을 수행한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물의 건강·영양 상태에 따른 먹이를 선택하고 급여량을 제한할 것, 먹이주기·만지기 체험 시 동물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것, 올라타기 체험은 가축 및 가축에 준하는 동물에 한할 것을 권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직접 손으로 (먹이를) 주는 걸 금지할지는 아직 확정이 안 됐다"면서 "자판기를 설치해놓고 아무나 아무 때나 주는 걸 (금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