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어려운데 카드 한도 줄어"…서민 생활고 가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해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이용 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부담에 카드 이용자들의 부실률이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에 의존하던 저신용자들이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생활고는 한층 더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들은 지난달 개인회원을 대상으로 카드론 이용한도 정기점검을 한 결과 일부 회원들의 이용한도를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신용카드 표준약관과 이용한도 관련 모범규준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부여된 이용 한도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다. 월평균 결제능력과 신용도, 이용실적 등의 변화가 있으면 카드사는 이용 한도를 조정해야한다. 카드대금 연체이력이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사용 이력이 없는 등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도 한도 축소 통보를 받아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워지다보니 연체 방지를 위해 이용 한도관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카드 이용한도는 일시불·할부·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결제액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최근 카드론은 줄고, '풍선효과'로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결제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다중채무자들의 카드론 한도가 줄어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결제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11월말 기준 34조2866억원으로 지난 6월 이후 1852억원 줄었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동 기간 4131억원 증가했으며 리볼빙도 7조2000억원으로 1350억원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을 경기침체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카드론 뿐 아니라 다른 서비스 이용한도도 축소해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신용카드 업황 전망 보고서에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돼 금융회사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카드사는 차주 구성이 은행 대비 신용도가 낮은 개인으로 구성돼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 폭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리볼빙 자산을 확대한 카드사들에 한계차주의 유입이 편중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무이자할부나 할인이벤트부터 축소하고 자동차할부와 카드론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수익성 낮은 자산을 줄이고 있다. 카드·캐피털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1월 들어 15%대(15.65%)로 올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