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망 2023, '위기는 새로운 기회'…성장의 희망을 쏜다
입력
수정
지면B1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그렇지 않은 이들은 2024년 상반기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2%)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2%도 성장하지 못한 적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오일쇼크를 겪었던 1980년(-1.6%) 등을 제외하면 없다. 민간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경기 침체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봤다. 작년(3.1% 추정) 대비 1.9%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高)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에너지 공급 차질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침체 탈출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해 11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은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했다. 정점이던 지난해 6월(6.8%)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Fed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도 부담 중 하나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10년간 추진하던 금융 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한 것도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한국 경제의 큰 짐 중 하나는 수출 부진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내리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4.5%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도 불안하다. 지난해 11월 한국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1.0% 줄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5월 3.35달러에서 11월 2.21달러로 급락했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삼성전자는 비상경영 상태로 전환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철강 등의 산업 전망도 부정적이다.
큰 고비는 넘겼다고 하지만 자금시장은 여전히 경색돼 있고, 많은 기업이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신규투자를 줄이겠다는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걱정할 만한 일투성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바뀔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늘 대형 위기 직후 훌쩍 성장했다.
다만 기회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혁신, 투자환경 개선, 노동개혁 등의 과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다가오는 위기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미래를 향한 도전은 게을리할 수 없다”며 “지금 무엇을 준비하느냐가 다가올 경제 회복기에 실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2%)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2%도 성장하지 못한 적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오일쇼크를 겪었던 1980년(-1.6%) 등을 제외하면 없다. 민간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경기 침체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봤다. 작년(3.1% 추정) 대비 1.9%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高)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에너지 공급 차질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침체 탈출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해 11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은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했다. 정점이던 지난해 6월(6.8%)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Fed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도 부담 중 하나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10년간 추진하던 금융 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한 것도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한국 경제의 큰 짐 중 하나는 수출 부진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내리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4.5%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주력 산업도 불안하다. 지난해 11월 한국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1.0% 줄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5월 3.35달러에서 11월 2.21달러로 급락했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삼성전자는 비상경영 상태로 전환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철강 등의 산업 전망도 부정적이다.
큰 고비는 넘겼다고 하지만 자금시장은 여전히 경색돼 있고, 많은 기업이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신규투자를 줄이겠다는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걱정할 만한 일투성이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바뀔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늘 대형 위기 직후 훌쩍 성장했다.
다만 기회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혁신, 투자환경 개선, 노동개혁 등의 과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다가오는 위기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미래를 향한 도전은 게을리할 수 없다”며 “지금 무엇을 준비하느냐가 다가올 경제 회복기에 실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