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에 두 시선…"보수 가톨릭 영웅"·"성추문 숨긴 행정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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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낙태 등에 강경론…보수파의 최고지도자"
"교회 가장 어두운 비밀, 성추문 무덤으로 가져가"
탁월한 신학자 vs 조직내 비위 해결못한 관리책임자 31일(현지시간)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종교적 업적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톨릭 내 보수파를 이끈 뛰어난 신학자라는 찬사가 있는 반면에 교계 최악의 사건인 사제들의 성학대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않고 무덤까지 끌고 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으로 미국의 보수 가톨릭계가 '영웅을 잃었다'고 썼다.
미 가톨릭의 보수파로서는 이날 선종 소식이 "비공식 최고 지도자의 타계"나 마찬가지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톨릭의 전통 계승을 중요시하는 보수파들이 베네딕토 16세를 '영원한 신앙의 수호자'로 바라봤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은 베네딕토 16세는 동성혼 인정 등 기독교 내의 핵심 논쟁거리에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바티칸 내 진보 성향 신학자들을 퇴출하기도 했다. 또 보수적인 주교들을 대거 지명했는데, 이는 미국의 경우 가톨릭의 보수화를 부추겼다고 WP는 분석했다.
보수 성향 가톨릭 논평가인 조지 웨이겔은 NYT에 상당수 미국의 가톨릭교회들이 "오랫동안 베네딕토 16세를 숭배에 가까운 경외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의 보수파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후에도 그의 어젠다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낙태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었다. 교회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쪽에서도 베네딕토 16세의 보수적 시각을 비판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교회 개혁운동 '우리가 교회다'(Wir sind Kirche)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선종 후 성명에서 "그는 두려움의 분위기를 가져와 교회를 신학적인 교착상태로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WP는 특히 베네딕토 16세가 로마 가톨릭 역사상 거의 600년 만에 살아생전에 퇴임을 단행함으로써 후임 교황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선례를 남겼다고 봤다. 기독교 역사 전문가들은 "가톨릭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파급효과가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퇴임에 뿌리를 두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WP는 전했다.
로마의 한 수녀도 WP에 "기독교인들은 앞으로 수 세기 동안 그의 신학적 유산에 기반해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베네딕토 16세의 퇴임 선례를 여러 차례 칭송하며, 본인 역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미국을 포함한 가톨릭의 아동 성학대 스캔들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톨릭계는 지난 20년 동안 사제들의 성 학대 의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의혹이 확산하던 시기의 가톨릭 최고 책임자가 베네딕토 16세였다.
특히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이 되기 전 학대 사건을 관장하는 바티칸 기관을 이끌기도 했으나, 교황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학대와 관련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성학대 피해자 모임인 '사제 학대 생존자 네트워크'는 성명에서 "우리가 보기에 베네딕토 16세는 교회의 가장 어두운 비밀을 무덤으로 가져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학대 피해자 모임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클로헤시는 "베네딕토 16세가 반체제 신학자들을 징계한 것처럼 스캔들에 연루된 주교들을 징계했다면 많은 범죄와 은폐를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는 총명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은 것이 수천 명의 어린이를 공격당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가 전임인 요한 베드로 1세, 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해 대중의 큰 인기를 얻지 못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2005년 요한바오로 2세의 선종 당시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은 오열하는 조문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가 눈을 감은 당일에는 베드로 광장은 평소처럼 잠겨 있었고, 관광객 몇몇이 성당 입장줄에서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고 WP는 전했다.
이탈리아 로마시도 예정대로 새해맞이 행사를 진행했다. 다만 베네딕토 16세를 떠올리는 묵념 순서를 갖기로 했다고 WP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교회 가장 어두운 비밀, 성추문 무덤으로 가져가"
탁월한 신학자 vs 조직내 비위 해결못한 관리책임자 31일(현지시간)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종교적 업적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톨릭 내 보수파를 이끈 뛰어난 신학자라는 찬사가 있는 반면에 교계 최악의 사건인 사제들의 성학대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않고 무덤까지 끌고 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으로 미국의 보수 가톨릭계가 '영웅을 잃었다'고 썼다.
미 가톨릭의 보수파로서는 이날 선종 소식이 "비공식 최고 지도자의 타계"나 마찬가지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톨릭의 전통 계승을 중요시하는 보수파들이 베네딕토 16세를 '영원한 신앙의 수호자'로 바라봤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은 베네딕토 16세는 동성혼 인정 등 기독교 내의 핵심 논쟁거리에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바티칸 내 진보 성향 신학자들을 퇴출하기도 했다. 또 보수적인 주교들을 대거 지명했는데, 이는 미국의 경우 가톨릭의 보수화를 부추겼다고 WP는 분석했다.
보수 성향 가톨릭 논평가인 조지 웨이겔은 NYT에 상당수 미국의 가톨릭교회들이 "오랫동안 베네딕토 16세를 숭배에 가까운 경외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의 보수파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후에도 그의 어젠다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낙태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었다. 교회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쪽에서도 베네딕토 16세의 보수적 시각을 비판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교회 개혁운동 '우리가 교회다'(Wir sind Kirche)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선종 후 성명에서 "그는 두려움의 분위기를 가져와 교회를 신학적인 교착상태로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WP는 특히 베네딕토 16세가 로마 가톨릭 역사상 거의 600년 만에 살아생전에 퇴임을 단행함으로써 후임 교황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인 선례를 남겼다고 봤다. 기독교 역사 전문가들은 "가톨릭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파급효과가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퇴임에 뿌리를 두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WP는 전했다.
로마의 한 수녀도 WP에 "기독교인들은 앞으로 수 세기 동안 그의 신학적 유산에 기반해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베네딕토 16세의 퇴임 선례를 여러 차례 칭송하며, 본인 역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미국을 포함한 가톨릭의 아동 성학대 스캔들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톨릭계는 지난 20년 동안 사제들의 성 학대 의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의혹이 확산하던 시기의 가톨릭 최고 책임자가 베네딕토 16세였다.
특히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이 되기 전 학대 사건을 관장하는 바티칸 기관을 이끌기도 했으나, 교황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학대와 관련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성학대 피해자 모임인 '사제 학대 생존자 네트워크'는 성명에서 "우리가 보기에 베네딕토 16세는 교회의 가장 어두운 비밀을 무덤으로 가져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학대 피해자 모임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클로헤시는 "베네딕토 16세가 반체제 신학자들을 징계한 것처럼 스캔들에 연루된 주교들을 징계했다면 많은 범죄와 은폐를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는 총명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은 것이 수천 명의 어린이를 공격당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가 전임인 요한 베드로 1세, 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해 대중의 큰 인기를 얻지 못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2005년 요한바오로 2세의 선종 당시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은 오열하는 조문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가 눈을 감은 당일에는 베드로 광장은 평소처럼 잠겨 있었고, 관광객 몇몇이 성당 입장줄에서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고 WP는 전했다.
이탈리아 로마시도 예정대로 새해맞이 행사를 진행했다. 다만 베네딕토 16세를 떠올리는 묵념 순서를 갖기로 했다고 WP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