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 자가진단'으로 희망찬 새해를…

우재봉 한국소방안전원장
매년 겨울철이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 중 하나가 병원이다. 특히, 근로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므로 연말에 병원을 찾는 직장인이 많아진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하면 삶의 질도 향상되고 더 큰 질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검진을 소홀히 할 경우 치료의 적기를 놓쳐 건강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개인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우리 사회는 어떠할까. 우리의 염원과 달리 2022년 한 해에도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야기한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역대 최장·최대 피해를 기록한 동해안 산불,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전 국민의 일상을 멈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최근 158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까지 크고 작은 인재(人災)가 반복해서 일어났다.혜민 스님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의 제목처럼 대한민국은 지금 더 큰 도약을 위해 전력 질주할 때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고질병이 무엇인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비의 시간이 절실해 보인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공자의 말씀과 같이 매년 되풀이되는 재난사고도 잘못이지만, 잘못하고도 근원적 원인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 그 결과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던 각종 사건·사고들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히며 또다시 안전불감증의 사회로 회귀하는 듯한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이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 안전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울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의 일환으로 화재예방 법령의 근간이었던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18년 만에 전면 개편되면서 그동안 지적돼 온 화재안전 법령의 미비점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로써 그동안 복잡하게 혼재해 있던 소방법령이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재예방법)과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로 체계가 나뉘어 2022년 12월 1일부로 소방 제도가 새롭게 시행됐다.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화재예방법 시행에 따라 공항이나 철도, 항만 등 재난 발생 시 사회·경제적으로 피해가 큰 소방안전 특별관리시설물은 화재예방안전진단을 정기적으로 받도록 했다. 건축물도 우리 몸과 같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위험 요소를 조기에 발견하면 사전에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방안전원은 화재예방안전진단 실시기관으로서 40여 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화재안전을 한층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희망찬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며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안전자가진단 계획을 최우선으로 세워보길 바란다. 오직 안전으로 희망찬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