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1심 판결 수치스럽다…가정 지킨 배우자 헐값에 내쫓아"

노소영 관장 "1심 재판은 완전한 패소"
"재산 분할, 최태원 재산의 1.2%도 안 돼"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1심 재판은 완전한 패소였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 기업을 가진 남편은 가정을 지킨 배우자를 헐값에 쫓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심 판결에 대해 이같이 평가하며 "여성의 역할과 가정의 가치가 전면 부인됐다. 이것이 제 마음을 가장 괴롭힌다"고 말했다.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이혼 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달 28일 법률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1심 판결에 대해 "참담한 심경"이라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노 관장은 "예상 못한 결과였다. 제가 결혼 생활 34년간 가장 애를 쓴 건 가정을 지키고자 한 거다. 그동안 인내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다. 그래도 저는 가정을 지키려고 끝까지 노력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2017년 남편이 먼저 이혼소송을 냈고, 그래도 견디다가 더 이상은 아닌 거 같다 생각해서 2019년 반소를 제기했다"며 "그렇게 5년 동안 이어온 재판이고 국민들도 다 지켜보시는 재판인데, 판결이 이렇게 난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고 했다.노 관장은 최 회장과의 소송 끝에 작년 12월 이혼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최 회장의 이혼 청구는 인정하지 않고 노 관장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노 관장이 "최 회장의 SK㈜ 주식 50%를 재산분할로 지급하라"고 청구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주식은 최 회장이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인 만큼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이에 대해 "외부에 드러난 바로 5조원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제가 분할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며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그 사업을 현재의 규모로 일구는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그 금액보다 그동안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이어 "이번 판결로 수십년을 함께 한 배우자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받으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고도 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과 1988년에 결혼해 큰딸, 둘째딸, 막내아들을 낳아 키웠고, 34년간 가정을 지켜왔다. 최 회장이 두 차례나 구속되고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의 곁을 지켰다"며 "시카고대학 경제학부 박사과정에서 최 회장을 만났을 때부터 미래와 사회에 대한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눈 파트너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이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주장했다.그는 "결혼 후 자녀들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저는 육아와 내조를, 남편은 밖에서 사업을 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는 SK의 무형의 가치, 즉 문화적 자산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며 "SK 본사 서린동 빌딩 4층에 위치한 아트센터 나비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서 불모지였던 미디어아트 영역을 개척한 SK그룹의 문화적 자산이다. 기술 중심의 미래지향적 기업 이미지와 맞는 영역이다. 시작부터 남편과 의논하며 설립했고 20년 가까이 SK 그룹과 협력하며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키고 싶은 건 돈 보다 가정의 가치다. 저의 경우는 보통의 이혼과는 다른 '축출 이혼'이다. 쫓겨난 것이다"며 "'여기서 그만두는 엄마가 내 엄마인 것은 싫다'고 대답하는 딸의 말에 항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 관장의 항소장 제출 이후, 최 회장 측 역시 소송 결과에 불복해 맞항소를 제기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