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빨리 살 걸"…샤넬 화장품 매장 갔다가 '화들짝'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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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스몰 럭셔리' 문턱#. 직장인 백지원 씨(31)는 2일 백화점 화장품 매장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일주일 전만해도 4만원대였던 립스틱 가격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5만원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렇게 가격이 바로 오를 줄 알았으면 하루라도 빨리 살 걸 그랬다"며 "그렇다고 다른 제품을 살 수는 없어 인상된 가격에 화장품을 구매하긴 했다"고 말했다.
새해 꼭두부터 가격 인상 이어져
샤넬, 주요 화장품 가격 3~11% 인상
'스몰 럭셔리' 열풍은 계속
"가격 올려도 계속 산다"
롯데호텔 '라세느' 가격 1월 1일부로 인상
웨스틴조선도 3월 인상 예정
샤넬 화장품 3~12% 가격 인상
새해 벽두부터 명품 화장품, 호텔 뷔페 이용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명품 화장품이나 호텔 뷔페 가격은 같은 브랜드·호텔의 가방이나 숙박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적은 돈으로 즐기는 사치라는 뜻에서 '스몰 럭셔리' 제품으로 불린다. 원자재·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스몰 럭셔리 제품·서비스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있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스몰 럭셔리에 대한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는 이날부터 일부 화장품 가격을 3~12% 인상했다. 립스틱은 물론,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은 '루쥬 코코 블룸' 등 주요 립스틱 제품은 기존 4만9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12.2% 가격이 올랐다.샤넬 매장 관계자는 "새해 첫 월요일부터 가격이 오르자 방문한 손님들도 놀라는 눈치"라며 "'하루라도 일찍 살걸'이라고 말하며 아쉬워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구매를 안 하고 돌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아무래도 화장품 정도는 가격이 올라도 수용할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호텔 뷔페 이용 요금도 줄줄이 인상
객실 숙박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호텔 입문(엔트리)' 상품으로 불리는 호텔 뷔페 이용요금도 새해부터 올랐다. 롯데호텔 서울의 라세느는 올해 1월 1일부로 성인 저녁 이용 요금을 16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전년 1월(12만9000원) 대비 27.9% 오른 것이다. 라세느는 작년 2월 가격 인상을 단행해 15만원으로 올렸는데, 이에 비해서도 10% 오른 것이다.신라호텔 서울의 더 파크뷰는 1월부로 평일 저녁과 주말 이용 가격을 12월 성수기(18만5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성수기 가격에 비하면 3만원 저렴해지긴했지만 작년 1월(12만9000원) 가격에 비하면 20.2% 비싸진 것이다. 호텔 업계는 통상 상반기에 원재료 가격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만큼, 더 파크뷰 역시 올해 2~3월 중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웨스틴조선 서울의 아리아도 오는 3월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가격을 포함해 인건비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맞춰 업장 이용 요금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급호텔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이어지는 가격 인상에도 올해 스몰 럭셔리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가 풍요로운 시기에 태어난 MZ세대는 소비에서 오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 지출을 줄이더라도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소비패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Z세대는 SNS 활성화로 다른 사람들의 소비도 많이 보는 세대"라며 "남들이 즐기는 만큼 본인들도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소비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