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수익률 55%…다른 펀드 죽쑬 때 '원자재 펀드'만 웃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펀드 대다수가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에 빠진 가운데 원자재 관련 펀드만 유일하게 고공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주요 테마별 펀드의 1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천연자원·원자재·농산물 펀드가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25개 천연자원펀드가 27.69%를 기록해 성과가 가장 좋았다. 43개 원자재펀드는 16.31%, 9개 농산물펀드는 10.58%의 수익률을 각각 올렸다. 전체 46개 테마 중 지난 1년 동안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낸 펀드는 이들 뿐이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이슈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지난해 원자재 펀드가 수익률 상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지난해 '우등생 펀드'의 공통점은 에너지를 개발, 생산, 유통하는 기업과 산업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하이자산운용의 '월드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으로 환노출형(UH·55.02%)과 환헤지형(H·51.82%) 모두 50%대를 기록했다. 세계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블랙록 에너지 펀드를 담는 재간접형 상품이다. KB자산운용의 'KB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 36.84%로 뒤를 이었다. 이 펀드는 스탠더드&푸어스(S&P) 원유·가스 탐사·생산산업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데 이 지수가 지난해에 그만큼 상승했다. 농산물 펀드 중에선 삼성자산운용의 'KODEX콩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H)'이 22.31%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 상품은 콩 선물값을 반영하는 S&P GSCI 대두 지수를 추종한다.
물론 원자재 펀드라고 다 웃진 못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원유 인버스 펀드는 큰 손실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원유인버스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H)'(-34.13%), 삼성자산운용의 'KODEXWTI원유선물인버스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H)'(-32.64%)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약세를 보인 구리에 투자한 원자재 펀드도 10~15% 안팎 손실을 봤다. 송태헌 신한자산운용 상품전략센터 수석부장은 "원자재 펀드 내에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주도한 에너지, 농산물 등은 성과가 양호했고 금 등은 성과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새해 펀드 시장에서 '안전자산 중심의 자산 배분'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증시 위축 속에서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다양한 테마 ETF와 액티브 ETF에 이어 단일종목 ETF, 월배당 ETF 등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퇴직연금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한 타깃데이트펀드(TDF)와 EMP(ETF Managed Portfolio)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당분간 공모펀드의 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1년 간 국내주식형(-27.10%)과 해외주식형(-14.68%) 펀드 모두 큰 폭의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가라앉은 상황이다. 오 연구원은 "올해 펀드 시장도 증시 영향을 받아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2020년 이후 유입된 저가매수 자금이 시장 반등 시 차익실현성 환매로 나타나는 파고가 한 번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