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 입은 토끼·털모자·연적…계묘년 맞아 관련 유물 '총출동'

민속박물관·중앙박물관 등 특별전
매를 피해 도망가는 토끼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새해가 밝을 때마다 국내 주요 박물관은 소장 유물을 통해 그해 띠동물을 조명하는 전시를 연다. 특별히 새롭거나 대단한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닌데도 이런 전시는 항상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띠동물이 토끼처럼 친숙하고 귀여운 동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귀여운 동물의 모습과 이를 묘사한 조상들의 재치를 한 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공립박물관은 올해도 어김없이 토끼와 관련된 전시들을 연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준비한 특별전 ‘새해, 토끼 왔네!’에서는 70여 점의 토끼 관련 유물을 통해 옛사람들이 토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토끼털을 이용해 만든 여성용 방한모 ‘풍차’, 토끼를 수놓은 베갯모판 등 일상용품과 함께 ‘수궁가’의 한 장면을 묘사한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 등 설화 속 토끼 관련 작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토끼와 관련된 현대의 캐릭터 상품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전시는 오는 3월 6일까지.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을 여는 대신 보물찾기를 하듯 상설전시실 곳곳에 토끼 관련 유물들을 배치했다. 전시 제목부터 ‘토끼를 찾아라’다. 토끼 세 마리가 자기 몸보다 훨씬 큰 향로를 짊어진 국보 ‘청자 투각 칠보 무늬 향로’, 토끼가 갑옷을 입고 칼을 든 모습을 돌에 새긴 ‘십이지 토끼상’, 조선 19세기 말 유물인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 등에 나타난 토끼의 귀여운 모습이 관람객들의 미소를 자아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층 상설전시장 대한제국 전시실에서 ‘토끼와 까마귀가 새겨진 은주전자’를 1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내놨다. 조선 고종 때 궁중 행사에서 술이나 물을 담아 따르는 용도로 사용된 유물이다. 지하 1층 왕실의례 전시실에서는 달과 토끼가 그려진 대한제국 깃발 ‘월기’를 만나볼 수 있다.

한국카툰협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1층에서 한국과 일본 만화가 60명이 참여하는 토끼 소재 카툰 전시회를 연다. 서울대공원은 토끼 조형 작품 23점을 전시하는 야외 전시 ‘2023 점프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두 전시 모두 2월 26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