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참석한 첫 대기업·中企 신년 인사회…'팀 코리아' 기대한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과 500명이 넘는 기업인이 참석한 경제계 신년 인사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우선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것부터가 그렇다. 지금까지는 매년 두 기관이 각각 별도로 신년 인사회를 열어 왔으나, “경제위기 극복에 대기업 중소기업 구분이 어디 있겠느냐”는 대통령실의 의견이 반영돼 공동 주최하게 됐다는 후문인데, 올바른 인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마저 정치적 갈라치기 수단으로 활용했다. 문 대통령은 중기중앙회 주최의 신년 인사회에는 참석했으나, 대기업이 주축인 대한상의 행사에는 5년 임기 중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놓고 청년 고용 창출을 요청하고 약속받는 자리처럼, 필요할 때만 대기업 인사들을 만나 빈축을 샀다.윤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팀 코리아 정신’이다. 기업과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협력해야만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경제전쟁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지금의 복합위기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헤쳐나가기 힘든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다.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경제와 기술, 외교·안보 분야가 뒤엉킨 지정학적 문제들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후 방기돼온 국가적 산업전략의 중요성이 재부상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도 밝혔듯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정부가 수출전략을 직접 챙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원전 분야와 인프라 건설, 새로운 전략 분야로 떠오른 방산 분야는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 분야의 수출 확대를 위해 세일즈 전사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대기업 총수들과 참석해 ‘한국의 밤’ 행사를 여는 방안이나, 상반기 미국 방문 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동반하는 계획도 모두 바람직한 방향이다.

기업 역시 과감한 투자로 줄탁동시(啄同時)를 이뤄야 한다. 우리가 석유파동,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터득한 진리는 기술과 인력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이 결국 고난의 파도를 넘어 생존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1945년 이후 독립한 세계 150여 개 제3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근대화와 선진국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남다른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성장을 지속해온 결과다. 지금의 지정학적 복합위기는 대한민국 생존전략의 시즌2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