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새가 '털찌는' 계절

몸 움츠려 표면적 줄이고 깃털 부풀려 단열층 늘리고
철새 겨울나기 도우려 볏짚존치사업도…올예산 54%↑
탁구공처럼 생겼지만 새다. 회색 머리와 목에 주황색 가슴.
한반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 딱새다.

안 그래도 동그란 몸통을 자랑하는 딱새지만 겨울이 되면 더더욱 둥그레진다.

딱새만 동그래지는 건 아니다. 참새부터 박새,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에 이르기까지 겨울은 새들에게 '털이 찌는' 계절이다.

3일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겨울이면 새가 동그랗게 되는 것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자세를 바꾸기 때문이다.

몸을 동그랗게 움츠려 공기와 닿아 열을 빼앗길 수 있는 표면적을 최소화하고 깃털을 세워 단열층을 확보한다. 깃털로 덮여 있지 않아 추위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부리를 날개 사이로 집어넣는 것, 원형으로 한데 모여 체온을 나누는 '허들링'(huddling)도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열량을 최대한 보충하는 점도 새가 동그래지는 이유다.

그러나 겨울은 새에게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보릿고개다. 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장은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은 열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이 먹으려고는 하겠지만 먹이가 풍부한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허 센터장은 "떨어진 낱알을 좋아하는 두루미나 기러기, 오리는 논이 눈으로 덮이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눈이 덜 내린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시행, 철원평야·순천만·시화호·간월호·낙동강하구 등 주요 철새도래지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볏짚을 존치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도 작년 27억5천400만원에서 올해 42억3천800만원으로 53.9% 늘었다.

국고 보조율을 30%에서 50%로 높이고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볏짚 존치사업 규모를 늘렸기 때문이다.

열량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해 동사하는 개체도 종종 발견된다.

허 센터장은 "건강이 안 좋거나 몸이 약해진 경우 혹한을 만나면 죽는 개체가 나온다.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