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코로나도 버텼는데 …명동 스카이파크호텔, 빚 못갚아 매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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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 선순위 대출 상환 못해 새 투자자 물색 나서
펀드 지분 투자자들, 투자 원금 손실 불가피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과 명동2호점의 대주주인 KB자산운용이 새로운 투자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펀드의 선순위 대출 상환에 실패할 것을 대비해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선순위 대출자인 NH투자증권 등은 지난해 말이었던 만기 상환 기간을 오는 18일까지 연장했지만 아직까지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최근 고금리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기한이익상실(EOD)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과 명동 2호점을 각각 1299억원, 451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화인파트너스와 유안타증권 등이 호텔 인수 펀드의 지분 투자자로 나섰다. 호텔 운영사인 아이큐웰도 후순위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은 서울 명동1가에 위치한 3성급 호텔로 312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센트럴 명동점 바로 옆에 있는 스카이파크호텔 명동 2호점 역시 3성급 호텔로 객실 수는 132개다. 이들 호텔은 명동 관광 특구 초입에 있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인해 중국 관광객 감소에도 90% 이상의 객실 점유율을 유지했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해제될 경우 수익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인수 후 코로나19로 실적이 대폭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KB자산운용 등 투자자들은 2021년 딜로이트안진과 에비슨영 등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서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인수자를 물색해서 자금 증빙까지 받았지만, 매각 막판 호텔 운용사인 아이큐웰의 변심으로 거래가 무산됐다.
NH투자증권 등 대주단은 저금리 상황에서 수 차례 만기 연장을 했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추가 연장에는 실패했다. 선순위 대출은 약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은 호텔 매각 등을 통해 원금 회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 등을 통해 계속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자산 매각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다수의 부동산 자산들이 EOD 등 부도 위험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선순위 대출 상환 만기가 몰려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출을 갚지 못한 부동산 자산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