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는 '어닝 쇼크 늪'…몸값 뛸 실적주는?

국내 상당수 기업들이 작년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 역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높은 수익성 지표를 보유하고, 실적 추정치가 높아지는 ‘군계일학’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5년 간 기업 60% 4분기 ‘어닝쇼크’

3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5% 이상 밑도는 상장사 비율은 최근 5년(2017~2021년) 간 평균 5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절 넘는 기업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2021년에도 기대치를 5% 이상 밑도는 실적을 거둔 기업이 1분기엔 19%에 불과했지만 4분기엔 49%에 달했다.통상 4분기 실적엔 상여금, 영업 외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한번에 반영되기 때문에 어닝 쇼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최근 10년 간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 대비 평균 40%나 낮았다. 같은 기간 1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평균 6.1% 높았던 것과 대비된다.

문제는 예상보다 낮은 4분기 실적 발표 후 기업의 이익전망치가 가파르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실적 악화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 등을 초래해 투자자 매도세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 금리 인상 영향이 겹치며 이익 하향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순이익 예상치는 최근 3개월 새 15% 넘게 떨어졌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년도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2~3월에 당해년도 기업 이익이 빠르게 하향조정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됐다”며 “올해도 당분간 시장 전반 이익이 높아지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수급 몰릴 수익성, 이익모멘텀 보유 종목은?

전문가들은 4분기 어닝시즌을 거치며 이익 전망이 악화할수록 실적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이 희소해지는만큼 투자자 수급이 쏠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미 외국인 매수세는 이익전망이 높아지는 업종에 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호텔·레저다. 최근 한 달 간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 리오프닝 기대로 실적 전망치가 오른 호텔신라 주식 약 115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가 우수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200 종목 중 ROE 상위 20% 기업과 하위 20% 기업 수익률 격차는 지난해 9월 30일에 저점을 찍고 꾸준히 올랐다. 이 연구원은 “작년 3분기까지만해도 ROE는 투자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가 아니었지만 최근 3개월 새 흐름이 바뀌었다”고 했다.

메리츠증권은 ROE 예상치가 10% 이상이고, 올해 이익 전망치가 최근 1개월 새 뛴 종목을 골랐다. 포스코케미칼, 코스모화학 등 화학 업종과 현대일렉트릭, LS 등 기계 업종 종목이 수익성과 이익모멘텀을 모두 보유한 종목으로 꼽혔다. 2차전지 양극재 기업 포스코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예상치는 최근 1개월 새 각각 2.3%, 1.6% 올랐다. 보험주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 영업이익도 각각 7.6%, 1.2% 높아졌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