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이 주식보다 낫다는데…"과도한 낙관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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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락율 13% 찍어지난해 사상 최악의 해를 보낸 채권이 올해 반등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주장이 나온다.
1976년 이후 최대 폭 하락
"반등 계기 있지만 낙관은 금물"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손실을 거둔 채권 투자자들이 올해 반등을 낙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채권 벤치마크인 블룸버그 종합채권 지수는 지난해 13.01% 하락했다.1976년 집계를 시작한 뒤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전까진 1994년 2.9% 떨어진 게 역대 최고치였다. WSJ은 이를 두고 “지난해 채권 시장은 역사적인 파산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여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비판에도 투자자들이 지나친 낙관론을 펼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한풀 꺾이자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다. Fed가 올해 금리 인하로 선회할 거란 예측도 나온다.
투자자문사 카슨그룹의 라이언 테트릭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축소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 물가가 빠르게 치솟은 만큼 올해 빠르게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하지만 Fed는 신중한 입장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최근 몇 달 새 주택 외의 서비스 가격이 완만하게 둔화했을 뿐이라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했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꺼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2021년 인플레이션을 예견한 토마스 시먼스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아직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다"라며 "하지만 시장은 늘 자신이 Fed보다 영리하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 파생상품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Fed의 벤치마크 금리 중 하나인 연방기금 금리가 2024년 말에 3.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Fed가 내놓은 전망치인 4.1%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Fed의 보수적인 전망과 달리 시장이 금리 인하에 쏠린다면 주식과 채권 모두 손실이 불어날 거란 전망이다. Fed가 제시한 최종 금리 수준이 채권 가격의 하락 및 금리 상승, 주식 매도세 심화 등으로 이어질 거란 설명이다.에드워드 알 후세이니 콜롬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수익률 하락(채권 가치 상승)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장기 채권의 비중을 늘렸다"며 "올해 눈여겨볼 수치는 임금 상승률이다. 전망치를 계속 초과한다면 발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수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돼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거란 관측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