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주차장이에요" 자리 맡더니…운전자 정체가 [아차車]

아내와 복합쇼핑몰 찾은 남성
여성전용 주차 구역서 실랑이

빈자리 선점한 여성 "저희가 먼저"
차 운전석에선 남편 내려 "죄송하다"
사진=한문철 TV
아내와 함께 복합쇼핑몰을 찾은 한 남성이 빈자리를 맡아 놓은 여성에 가로막혀 '여성 우선 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한 사연을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 전했다.

3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한문철 TV'에는 '주차장 자리 잡기 논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제보자이자 해당 사연의 남성인 A씨는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서 "빈 주차장 자리를 선점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제보 이유를 설명했다.A씨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정오께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복합쇼핑몰을 아내와 함께 찾았다. 연말과 동시에 토요일이던 터라 주차장은 차들이 빼곡한 상황이었다. 마침내 빈 자리를 발견한 그는 한 여성(이하 B씨)이 주차 공간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사진=한문철 TV
A씨는 "여성 우선 주차장은 (여성) 우대인 거지, 전용은 아니다"라면서 B씨에게 경적을 울리며 자리에서 비켜날 것을 요구했다. B씨가 팔을 이용해 X를 그리면서 거부 의사를 밝히자 A씨의 아내는 옆에서 "(우리) 또 당하는 거냐. 여자로서 미안하다"면서 답답해하는 남편을 위로했다.

A씨가 거듭 경적을 울리며 주차를 시도해도 B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A씨는 "차가 먼저"라고 소리쳤지만, B씨는 대기 중인 자신들의 차를 가리키며 "(앞에) 차 있지 않냐"고 대답했다. 이때 B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과 어린아이도 B씨의 옆으로 다가왔다.이후 본격적인 실랑이가 벌어졌다. B씨는 A씨의 차로 와선 "여기 주차 (자리) 맡고 있지 않냐"며 "저희가 먼저 (자리) 잡았고 지금 (차가) 오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A씨는 "차가 먼저이지 않냐. 제가 먼저 왔다"며 "사람이 먼저 오는 게 아니지 않나. 사람이 와서 잡는 게 먼저인지 (주변에) 다 물어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B씨는 "그렇더라도 아기가 있지 않냐"고 했다.

이어 B씨는 빈자리가 여성 우선 주차 구역이라는 점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B씨는 "죄송한데, 여성 주차장이다"라고 A씨의 성별이 남성인 점을 에둘러 지적했다. 이에 A씨는 "우대인 거지 전용이 아니다"라며 "운전자 누구시냐"고 물었다.
사진=한문철 TV
몇 초 뒤 B씨의 차 운전석에서 B씨의 남편이 하차했고, B씨는 "(운전자는 원래) 나다. 나인데, 지금 아기 때문에 지금 남편이 (잠시)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B씨의 남편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빈자리는 결국 B씨 가족이 차지했다.한문철 변호사는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는 벌금을 내지만, 여성 전용 주차 구역에 차를 댄다고 처벌되진 않는다"며 "A씨가 '전용이 아닌 우대'라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했다. 이어 "정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며 판단을 미뤘다.

한 변호사의 말처럼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과 달리 여성 우선 주차 구역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에 따라 남성 운전자도 여성 우선 주차 구역에 주차하더라도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여성 우선 주차장'은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서울시가 추진한 '여성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 UN 공공행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서울시는 지난해 여성 우선 주차장을 임산부, 영유아, 이동이 불편한 가족을 동반한 차량을 위한 '가족 우선 주차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우선 주차 구역은 여성 전용 도서관 등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반발 여론이 덜하다. 여성 우선 주차 구역이 여성을 겨냥한 범죄를 예방하고, 임신부의 승하차 시 편리함을 위해 도입됐다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면서다.

다만 표현에 '여성'이라고만 한정돼 있어 논란은 십수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에 여러 지자체에서는 성별이 아닌 상황에 따라 누구나 교통 약자가 될 수 있다는 '포괄적 개념'으로 접근해 기존의 표현을 바꾸고, 이용 대상을 확대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는 이른바 'BPA' 주차 구역을 도입했다. 넓은 주차장을 뜻하는 '브로드 파킹 에어리어(Broad Parking Area)'에 더해, 교통약자인 유아 동반자(Baby caring person), 임신부(Pregnant person), 노약자(Aged person)가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도 시흥시의 경우 '배려 주차 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임신부뿐만 아니라, 아동, 노인 등 교통 약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