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동정세 안갯속…중러 손잡는 사우디에 극우 이스라엘까지

'글로벌 중재자' 자처하는 에르도안 재집권 도전
극우 몰고 돌아온 네타냐후에 이팔 살얼음판
OPEC+ 결속력 확대…내우외환 속 이란 고립
작년에 세계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었지만, 우크라 전쟁의 파장은 지구촌의 전통적인 '화약고'로 꼽히는 중동에도 적지 않았다고 CNN은 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세계정세가 다극화로 재편된다는 판단 아래 중립 지키려는 상당수 걸프 국가들은 우크라 전쟁 틈에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으며 곤란한 처지에 놓인 가운데,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자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하는 중국에 급속히 밀착하는 행보를 보여 서방의 우려를 샀다.

우크라 전쟁을 계기로 서방이 러시아산 석유를 옥죄는 과정에서 유가가 요동을 치자 아랍 국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를 매개로 러시아와 한결 가까워진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중동의 또 다른 맹주인 이란은 자국산 드론을 러시아에 공급하며 우크라 전쟁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지정학적으로 서방과 중동의 다리 역할을 하며 전통적으로 중동 정세에 상당한 입김을 미치는 튀르키예는 우크라전 국면에서도 한편으로는 러시아와 서방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에 딴지를 놓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의 제동장치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지구촌 에너지 공급원이자 유럽의 코앞에 위치해 서방에 전략적 중요성이 큰 중동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올해 튀르키예의 대선과 총선, 세밑 출범한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의 행보, OPEC플러스의 결속, 이란 고립 등의 요인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CNN은 예상했다.
◇ 건국 100주년 맞은 튀르키예, 에르도안 권력 장악 지속할까
올해 건국 100주년을 맞은 튀르키예에서는 2014년부터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력을 계속 장악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에르도안은 우크라 전쟁을 통해 '중재자'로서 국제적 입지를 다졌지만, 튀르키예가 리라화 가치 폭락과 치솟는 물가상승 등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내는 국민도 상당수라 오는 6월 예정된 선거에서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 초강경 우파정부 집권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갈등 고조될까
1년 반 만에 총리로 복귀한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끄는 37대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 민족주의와 유대교 근본주의 색채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새 정부에서는 특히 팔레스타인 관련 업무를 극우 인사 2명이 장악한 터라, 가뜩이나 작년에 수십 년 사이에 최악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을 관할하는 극우정당 오츠마 예후디트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당장 이번 주 종교적, 정치적 도발로 해석될 여지가 커서 이스라엘 고위 관리나 정치인이 방문을 자제해 온 동예루살렘의 성지를 방문할 계획을 세워 연초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사우디·러시아 밀착…OPEC+ 결속력 강해질까
OPEC+는 미국 중간 선거를 코앞에 둔 작년 10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유가 안정에 골몰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바람과 달리 전격적인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다.

이런 조치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서방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본 미국은 분노했고, OPEC+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관계는 경색됐다.

미국의 우려와는 달리 감산 결정 후 글로벌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유가는 오히려 우크라전 전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는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이 OPEC+의 결정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동력이 됐다.

에너지 정보 회사인 에너지 인텔리전스의 OPEC 담당 수석 특파원 아메나 바크르는 유가 하락으로 OPEC+를 이끄는 압둘아지즈 장관의 자신감이 커졌다며 "OPEC+의 결속은 2023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핵합의 복원 무산에 반정부 시위까지…이란 고립 심화 서방과 이란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이란 정부를 서방이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이란의 고립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드론 등 이란산 무기가 공급되고 있다는 의혹도 이란과 서방과 관계 개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초기보다는 강도가 다소 약화하긴 했지만 테헤란 등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에 직면하면서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란의 대외 관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중국과의 교역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는 이란으로서는 중동의 패권을 두고 다투는 맞수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밀착 행보는 결코 달갑지 않은 흐름이다. 또 다른 주적 이스라엘 총리로 서방과 이란 핵합의 복원을 호시탐탐 방해하려는 앙숙 네타냐후 총리가 1년 반 만에 복귀한 것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