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지지율 1위' 존재감에도…출마 고심 길어지는 나경원

정치인 포커스

전대 변수인 '尹心' 오리무중
羅 "대통령과 말씀 나눠봐야"
'당권 경쟁' 김기현, 연대 러브콜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 빨간 재킷을 입고 당 지도부와 나란히 자리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를 본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나 부위원장을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소개하며 인사말을 권한 뒤였다. 마이크를 받아든 나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우리 당이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며 “이런 뒷받침을 위해 당이 국민의 사랑을 더 받을 수 있는 개혁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나 부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4개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21~28% 지지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지는 차기 전대에서 ‘당심’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나 부위원장을 지지하는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이번 전대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나 부위원장도 간헐적으로 당권 도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요즘 제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당대표 되세요’입니다”라고 적었고, 31일에는 “편하고 뻔한 길보다는 국민을 위한 길을 걷겠다”고 했다. 지난 2일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는 자신을 ‘모태 TK’라고 소개하며 구애 경쟁을 벌였다.

그럼에도 출마 선언은 주저하고 있다. 아직 ‘윤심(尹心)’을 확인하지 못해서라는 분석이다. 친윤계(친윤석열) 후보 간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를 강행할 경우 표가 분산될 위험이 있다. 장관급인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겸직하고 있어 직을 내려놓고 당권에 도전하는 것도 부담이다.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인구 문제 업무를 맡긴 만큼 충분히 말씀을 나눠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이유다.

나 부위원장의 선택에 따라 당권 경쟁은 요동칠 전망이다. 최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여러 차례 대화도 나누고 간접적으로 교감을 계속 주고받고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반면 나 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연대 가능성과 관련, “인위적인 정치공학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