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협업이 경쟁력이다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 핀란드 기업 노키아는 유치원생과 하버드대학 MBA 학생들이 팀을 이뤄 소품으로 탑 높이 쌓기 시합을 하게 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결과는 유치원생들이 이겼다. 지난 20년간 미국 NBA 리그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팀은 많은 자금력을 갖춘 팀이 아니라, 작은 샌안토니오 스퍼스다. 이 2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팀웍이 좋은 팀이 결국 승리한다는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27년 동안 팀을 성공으로 이끈 원칙은 “팀보다 큰 선수는 필요 없다.” 였다고 한다.구세군 냄비 옆에 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받는 스님이 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이것을 보고 본인의 종교에 따라 경쟁적으로 자선남비와 시주함에 각각 돈을 넣는다. 끝나고 스님은 받는 시줏돈을 모두 구세군 남비에 집어 넣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 구세군은 이 돈을 다시 어려운 이웃에 보냈다. 예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자비, 곧,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는 ‘사랑과 나눔’은 종교를 떠나 하나의 진리이고, 이것을 협업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실천한 사례다.

독일은 선거에서 다수득표 당이 자동으로 집권하는 것이 아니고, 과반이 넘어야 집권 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두 개의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두 당으로도 과반이 안되면 3개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오랜 협업의 전통이 몸에 배어있는 독일인들은 이렇게 2개, 3개 정당이 연정을 해도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협치를 강조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초당적 협력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시대에 여.야는 어느 때보다 협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결과 적대의 정치만을 반복하고 있다. 여.야는 이념과 정체성이 다르다. 그리고 그 이념을 동조하는 지지기반이 있어서 함부로 바꾸기도 어렵다. 따라서 연정과 협업이 필요하고, 협업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내로남불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배려해주는 역지사지의 정치다. 부부나 친구, 조직원과의 관계에서도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입장을 항상 먼저 배려하면 관계가 나빠질 수가 없다.하지만 협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예수는 '사랑', 부처는 '자비', 공자는 '인(仁)', 맹자는 '측은지심'을 강조했는데, 공통점은 ‘베풀며 살라', 즉, '사랑과 나눔'이다. 이처럼 2400년전부터 이 땅에 성인, 성자는 '베풀며 살라'고 강조했지만 지금도 베풀며 사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이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이기심을 깨려면 '상생협력'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베풀기만 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나도 도움을 받으면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서로가 윈윈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상생협력이다. 우리 선조들의 '품앗이'와 같다.

상생협력은 정부, 정치, 기업, 단체, 가정 등의 모든 조직에서 필요하다. 특히, 기술이 복잡화되고, 고도화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기가 어렵다. 외부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조달하고, 자사 역량을 외부와 공유하고 협업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기업혁신이 가능해진다. 모든 분야에 강한 회사는 없다. 상호 필요한 것을 주고받고 협업해야 성장한다. 특히, 창의성, 빠른 스피드의 강점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에게는 IT만이 아니라 제조, 서비스, 유통, 물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대기업과의 상생협력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상생협력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을 내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 나는 손해보지 않고 주지도 않고 받으려고만 하면 상생협력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이 될때, 내가 더 손해보는 쪽으로 결정해야 관계가 원만해진다. 왜냐하면 입장을 바꿔서 손해 안보고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려는 친구와는 나역시 결코 좋은 관계를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부자되는 방법은 내 고객이 어떻게하면 돈을 많이 벌고 혜택이 많이 돌아가게할까 고민하는 사람이다. 입장을 바꿔서 나만 돈 벌려고하면 어떤 고객도 협조하거나 내 제품을 사주지 않기 때문이다.글로벌시장에서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더욱 강력한 혁신을 요구받고 있지만, 중소기업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크고 작음을 떠나 서로의 강점들을 찾아내 상생협력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대기업이 어려워지면 중소기업은 더욱 힘들어진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하며 함께 동반성장해야 한다. 일본, 독일을 세계 최강의 자동차 왕국으로 만든 것도 도요타와 덴소, 벤츠와 보쉬의 상생협력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들이 경쟁을 하면서도 분야별로 협업하는 모습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경쟁력 향상은 혼자는 어렵다. 함께 협업해야만 가능하다. 특히, 지금은 오픈이노베이션, 즉, 개방형 혁신의 시대다. 자사가 갖고있는 원천기술마저 내놓고 서로 협업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자금력, 마케팅력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은 서로가 갖고있는 강점을 나누며 협업해야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강소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