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니, 많이 아프시네요"…셀카만 보고 병을 찾아낸다? [CE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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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테크 격전장된 가전박람회"잠잘 때 숨소리만 듣고도 잠을 깊이 자고 있는지 바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3 언베일드 행사장에서는 헬스 테크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언베일드 행사는 정식 개막을 앞두고 언론과 애널리스트 등에게 CES에서 전시한 주요 기술과 제품들을 미리 선보이는 자리다.수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았다. 한국기업인 에이슬립이 대표적이다. 에이슬립은 지난해에 이어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 부스를 마련했다. 스타트업이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CTA에서 참여를 요청했다고 했다. 언베일드 행사장 입구에 자리한 에이슬립 부스는 전 세계 취재진이 몰렸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에이슬립의 기술력이었다.
에이슬립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수면 중 숨소리를 통해 수면 단계를 진단하고 다양한 수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스피커 등 마이크가 설치된 기기만 있으면 어떤 환경에서든 수면 단계를 측정할 수 있다. 별도 기기를 착용하지 않고도 고객의 수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보통 수면 단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온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등의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에이슬립의 기술을 활용하면 이 단계가 필요없다. 에이슬립 관계자는 "잠잘 때 내는 숨소리 데이터와 이 소리를 낼 때 수면 단계가 어떤지를 측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며 "이미 측정된 데이터가 5000시간을 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숨소리만으로도 현 수면 단계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과 미국 스탠포드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이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구했다고 덧붙였다.이미 주요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LG전자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LG전자는 에이슬립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가전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수면 기록을 바탕으로 가장 숙면할 수 있는 온도를 조절하는 에어컨을 만드는 식이다. 이동현 에이슬립 대표는 "삼성전자와도 협업을 논의 중"이라며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에 수면 측정 기술을 넣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을 잘 때 코를 골지 않게 도와주는 베개도 전시됐다. 한국기업인 텐마인즈는 코골이 교정 베개 '모션 필로우'를 선보였다. 모션 필로우는 자는 동안 숨소리를 분석해 코를 골면 베개가 움직여 코를 골지 않는 위치로 머리를 옮겨준다. 알렉스 정 텐마인즈 대표는 "구매 후 일주일간 사용하면 스스로 학습해서 사용자의 코골이 소리를 외부 소음 등과 구별해낸다"고 설명했다.
침대 전문 기업인 앤씰은 에어매트리스를 통해 숙면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한 매트리스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CES에서 스마트홈 부문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앤씰은 일반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스프링, 라텍스 대신 스트링(줄)과 공기로 구성된 에어매트리스를 만든다. 에어매트리스에는 센서가 부착돼 사람에 맞게 팽팽함을 조절할 수 있다. 줄을 느슨하게 하면 조금 더 푹신해지고 팽팽하게 하면 단단해지는 식이다.간단하게 건강을 관리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프랑스의 헬스케어 기업인 위띵스(Withings)가 대표적이다. 위띵스는 소변 검사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센서와 소프트웨어 개발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납작한 원형 플라스틱 기기를 변기에 걸쳐놓기만 하면 소변을 자동으로 모아서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결과는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한번 사용하면 90일간 쓸 수 있다. 꾸준히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다른 사람과의 공유는 불가능하고 혼자 써야 한다. 엘리자베스 콜레온 위띵스 최고마케팅 책임자(CMO)는 "소변을 종이컵에 받아서 손으로 검사 용기에 넣는 과정이 필요 없어진 것"이라며 "디자인을 통해 소변이 정확히 수집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누라로직스 부스 앞은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보려는 전 세계 취재인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누라로직스의 기술을 활용하면 사진 촬영 한 번으로 심박수, 혈압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격의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관심이 많다"며 "스페인·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고, 한국기업과도 협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