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도 몸사리는 혹한기인데…스타트업 투자나선 로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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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IN & OUT중소 로펌인 최앤리법률사무소가 국내 로펌업계 최초로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기관투자가들도 투자를 주저하는 ‘빙하기’에 로펌이 스타트업 투자자로 나서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앤리법률사무소, 투자조합 만들어
헬스케어 스타트업 글라우드에 투자
최앤리는 최근 투자조합(최앤리-글라우드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글라우드에 시드 투자를 했다고 4일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약 6억~7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로펌이 투자조합을 결성해 기업에 투자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최앤리는 투자조합의 운용 역할인 업무집행조합원(GP)을 맡아 직접 투자 유치를 성사했다. 헬스케어 산업 이해도가 높은 현직 의사들을 핵심 출자자로 확보했다. 최앤리도 이 과정에서 3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투자조합을 만드려면 GP가 총 출자금의 5% 이상을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글라우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치과의사인 지진우 대표가 2020년 9월 설립했다. 2년여간의 개발 끝에 지난달 병원의 디지털 치과 진료를 도와주는 서비스인 ‘저스트 스캔’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병원이 정액요금을 내면 진료에 필요한 구강스캐너를 무료로 빌려주고 사용법도 알려준다. 환자 치아용 보철물도 파트너 기공소를 통해 직접 제작해준다. 디지털 진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드는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병원들을 고객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의료업계에선 병원이 구강스캐너와 3D 프린터 등 디지털 장비를 직접 구매하려면 최소 3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앤리는 투자업무를 신규 성장동력으로 삼아 스타트업 전문 로펌으로서의 인지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앤리는 최철민 대표변호사(사진)가 2019년 설립한 로펌으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유치와 주주 간 계약, 노사 갈등 해결 등에 필요한 법률자문에 집중하고 있다. 창사 후 명품 온라인 거래 플랫폼 발란, 프랜차이즈 카페 노티드도넛,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피치스 등 유명 스타트업들과 연이어 자문계약을 체결하며 스타트업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최철민 대표변호사는 “현재 자문을 받는 스타트업 중에선 기술력이 우수하고 창업자의 경영철학도 훌륭함에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돼 투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곳이 적지 않다”며 “이 같은 기업의 성장을 도우면서 투자수익도 내고자 투자업무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투자 혹한기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후속 투자조합을 만들어 유망한 스타트업에 지속해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