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곡관리법에 "무제한 수매, 결코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아"(종합)

농식품부·해수부 업무보고서 반대 입장 재확인…거부권 행사 가능성 커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3차 구별 의미 없어…고부가 가치 창출이 중요"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한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다시 분명히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합동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지금 생산되는 쌀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어 "어느 정도 시장 기능에 의한 자율적 수급 조절이 이뤄지고, 우리 농민에게 생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주고 가격 안정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점에 대해서도 오늘 여기 참석한 분들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도 양곡관리법의 국회 상임위 통과를 언급하며 "농민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쌀값이 폭락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 격리를 했다"며 "이것은 정부의 재량 사항으로 맡겨 놓아야 수요와 공급 격차를 점점 줄이면서 우리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켜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농식품부와 해수부에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부처로서 제일 중요한 것이 농축산 산업과 해양수산 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며 "산업 고도화와 혁신을 통해 수출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산업의 디지털화와 첨단화를 강조하며 "그렇게 해야만 청년들이 진입하지 않았던 농업과 수산업 분야에서도 혁신에 뛰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수부를 향해선 "수출을 위해선 물류가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 항만, 물류 시스템의 디지털화 및 고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첨단화가 농어촌 재구조화와도 직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유통 구조 설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농·수산업을 1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차·2차·3차 구별은 의미가 없다"며 "어떤 사업이든 디지털 혁신을 통해 경제적 고부가 가치를 창출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디지털 혁신으로 무장한 우리 청년들이 농·수산 스타트업을 만들고 기술 개발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춰 수출 산업으로 성장시키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농업의 고부가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시장을 조성하고, 재정 지원뿐 아니라 금융 기관과 연계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이런 큰 그림 속에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