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대선거구제보다 비례대표제 강화가 맞다"
입력
수정
지면A8
민주당 지도부 '신중 모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작된 선거제도 개편 논의와 관련해 4일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홍근도 "대통령이 관여 안돼"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저는 다당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말해왔다. 다만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도 쉽게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새해 화두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을 띄운 것에 대해 신중론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민주당이 손해 볼 가능성이 큰 데다 아젠다를 윤 대통령이 선점하려는 것 역시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은) 여당과 사전에 협의한 것이 아니고 즉흥적인 제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제도는 대통령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결국 선거제도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도 전날 “중대선거구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 먹기를 하기에 훨씬 편리한 제도”라며 총선이라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를 피해 나가려는 여권의 의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활동하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비명(비이재명)계가 당을 분열하고, 이재명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권의 ‘방탄’ 공세에 대해 “제가 소환 조사를 받겠다는데 뭘 방탄한다는 것인가”라고 일축했다.다만 ‘정확히 언제 출석할 예정이며 당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사법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는 “기존에 답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1월 임시국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고려한 ‘이재명 방탄’ 의도”라고 맞서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