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당권주자, 윤 대통령과 멀수록 중대선거구제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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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기반따라 입장 엇갈려윤석열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국민의힘 당권주자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강할수록 신중한 입장인데 윤 대통령과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수록 찬성하는 강도가 높다. 지역적으로는 영남 강원 등 여당 텃밭지역 출신 주자보다 수도권 출신이거나 수도권에서 지지세가 강한 주자들이 선거제도 개편에 동조하는 기류다.
"텃밭 영남서 더 많이 내줘야"
친윤계 권성동·김기현 유보
"수도권서 해볼 만하다"
나경원·안철수 등은 동의
당내 의견 모으기 쉽지 않을 듯
친윤, 영남권 의원 반발에 고심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친윤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통화에서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사항인데 당 내부에서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다”며 “대표가 된다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사정이 다르다”며 “여야 간 이해관계가 일치돼야 확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친윤 후보들의 이런 태도는 지지 기반인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얻는 의석보다 영남에서 내줘야 할 의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5년 새누리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전제로 2012년 총선 득표율을 대입해 시뮬레이션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영남에서 여당은 의석의 40%를 잃고, 호남에서는 4%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하태경 의원은 지난 3일 라디오에서 “호남은 (한 선거구에서) 3·4인을 뽑아도 우리 당이 안 되고 정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구·경북은 민주당이 약 30% 나오고 부산은 40% 이상 나온다. 부산은 많으면 민주당이 절반을 가져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지역 우선 도입” 주장도
반면 ‘수도권 주자론’을 내세우는 당권 주자들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체로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이 열세인 수도권만 놓고 보면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안철수 의원은 통화에서 “중대선거구제 문제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라며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도시 지역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먼저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지역은 지금처럼 소선거구제, 도시지역은 중선거구제로 치르는 도농복합형 중선거구제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특정 정당의 지역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특정 지역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말 바 있다.‘비윤계’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제안에 모처럼 동조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친윤 후보들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소위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이 중대선거구제에 뜨뜻미지근하다”며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했는데, 그들이야말로 텃밭에서 소선거구제라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는 여당 지지 기반인 영남권을 중심으로 반대가 거센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추진 동력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각 당 의견이 부딪친다기보다 당내 입장이 부딪치는 게 많아 협상에서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