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에 IPO '실종'…골프존카운티·케이뱅크 연내 상장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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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골프존커머스 등기업공개(IPO) 빙하기가 연초에도 이어지고 있다. 새벽배송 업체 컬리가 4일 상장을 연기했고 지난 3일엔 현대삼호중공업이 상장 계획을 아예 접었다. 주식시장 침체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모주 투자 심리도 악화일로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경쟁률은 최근 3년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지도 높은 기업도 외면 받아
1년새 15곳이나 상장 포기
"청약 잘못했다간 손실 본다"
기관들 수요예측 참여 부진
경쟁률 3년 만에 최저치
1년 새 15곳 무더기 상장 철회

이런 현상은 증시 호황기 공격적인 투자 유치로 몸집을 불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들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컬리다. 증권가는 컬리가 상장을 연기한 이유로 기업가치 하락을 꼽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말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상장 후에는 시가총액 7조원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카카오페이, 쏘카 등 플랫폼 기반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컬리의 기업가치도 하락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컬리의 시가총액은 1조100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누적 투자유치액 약 9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연내 상장을 강행한다면 기존 투자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투자를 많이 유치한 스타트업일수록 상장이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청약 경쟁률도 4분의 1로 급락
IB업계는 컬리에 이어 대어로 꼽히는 골프존카운티도 상장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6일까지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 절차에 들어가지 않으면 상반기 내 상장이 불가능하다. 해외 기관투자가 모집 때 적용되는 ‘135일 룰’ 때문이다.미국 증권법에 따르면 공모 기업은 분기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부터 135일 이내에 상장을 마쳐야 한다. 상장 시점에 재무 상태가 바뀌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올 1분기 상장하려는 기업들은 작년 3분기 결산 자료를 작성한 시점인 작년 9월 말부터 135일이 지난 오는 2월 초까지 공모와 납입 절차를 마쳐야 한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이달 초에는 공모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골프존카운티는 예비심사 승인 효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월 22일이 마지노선이다. 케이뱅크도 상황이 비슷하다. 3월 20일에 예심 승인 효력이 끝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심사를 다시 청구해야 한다. 심사 소요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일러도 하반기에나 상장이 가능하다.증권가는 케이뱅크와 오아시스를 그나마 연내 상장이 가장 유력한 곳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증시 입성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작년부터 공모주 투자자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공모주 일반청약 경쟁률은 342 대 1로 2016년 4분기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2020년 최고 1319 대 1까지 치솟았다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의 수요예측 경쟁률도 615 대 1로, 2019년 이후 가장 낮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공모주로 손실을 본 기관이 많은 탓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며 “증시가 회복되지 않는 한 IPO 시장도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