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드·코로나도 버텼는데…고금리에 무너진 명동 호텔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 명동2호점
매각 통해 빚 갚는다

지분 투자자 등 손실 불가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선순위 대출을 갚지 못한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과 명동2호점이 최근 매물로 나왔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 임대철 기자
▶마켓인사이트 1월 3일 오후 5시2분

서울 명동에 있는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과 명동2호점이 선순위 대출을 갚지 못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버텼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새 주인을 찾더라도 지분 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과 명동2호점의 대주주인 KB자산운용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만기가 돌아오는 18일까지 선순위 대출 상환이 어렵다고 보고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NH투자증권 등 선순위 대출자는 이미 대출 만기를 여러 차례 연장했다.

KB자산운용은 2018년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과 명동2호점 건물을 각각 1299억원, 451억원에 인수했다. 화인파트너스와 유안타증권 등이 호텔 인수를 위한 펀드 지분 투자자로 나섰다. 스카이파크호텔 브랜드를 보유한 운영사 아이큐웰도 펀드에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했다.

센트럴 명동점은 명동1가에 있는 3성급 호텔로 객실 312개를 보유하고 있다. 인근 명동2호점 역시 3성급 호텔로 객실 수는 132개다. 인수 당시 사드 사태가 한창이었지만 명동 관광특구 초입에 자리해 객실 점유율이 90%를 넘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해제되면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고 투자했다.

코로나 한파 버티고 나니…고금리에 대출연장 막혀 백기
선순위대출 1000억원 넘어…"매각 통해 투자 손실 최소화"

하지만 인수 후 터진 코로나19 대유행은 사드와는 차원이 다른 악재였다. 실적이 대폭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투자자들은 2021년 딜로이트안진과 에비슨영 등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했다. 인수자를 찾아 투자 확약서(LOC)를 받았지만, 막판에 호텔 운영사인 아이큐웰의 변심으로 거래가 무산됐다.

영업 손실에도 그나마 버텨온 건 저금리 덕분이었다. 넘치는 유동성에 대주단은 만기를 수차례 연장해줬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더 이상 추가 연장은 불가능했다. 선순위 대출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KB자산운용은 호텔 매각을 통해 대출 상환은 물론 원금도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 등을 통해 계속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자산 매각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후순위 투자자의 원금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주요 상권의 호텔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부분 오피스 건물로 용도 전환하는 추세다. 강남구의 르메르디앙호텔과 서초구 쉐라톤 팔래스 강남, 이태원의 크라운관광호텔 등이 고급 주거 단지로 탈바꿈한다. 남산 자락에 있는 밀레니엄힐튼호텔은 오피스 및 호텔로, 아벤트리종로호텔은 오피스텔로 개발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선순위 대출 상환 만기가 몰려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출을 갚지 못한 부동산 자산이 매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