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공격' 이란 드론서 美업체 13곳 40개 부품 발견"

샤헤드-136 무인기 분해·분석…"12개 부품은 스위스 등 외국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는 이란제 드론을 분석한 결과 미국 회사가 제조한 부품 40개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 방송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말 미국과 공유한 드론을 분해·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무인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력망 공격 등에 사용하는 '샤헤드-136'이며 지난해 가을 격추됐다.

분해된 드론의 52개 부품 가운데 40개는 미국회사 13곳이 제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2개는 캐나다, 스위스, 일본, 대만, 중국 등 외국에서 제조된 것이다.

미국 회사가 제조한 부품 가운데 마이크로컨트롤러, 전압 조정기, 디지털 신호 컨트롤러 등 20여 개는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 제품이었다.

또 헤미스피어GNSS사의 위치정보시스템(GPS) 모듈, NXP사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등도 미국 회사 제품이었다. 해당 회사들은 CNN에 해당 부품이 무단으로 사용됐으며 이란에 대한 수출통제 등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는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 이란 등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설계목적 외에 우리 제품이 사용되는 것을 지원하거나 묵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런던에 소재한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도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이란제 드론을 조사한 결과 전체 부품의 82%가 미국 기업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당시 CAR은 13개국 70개 이상 생산업체의 부품이 이란제 드론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는 국무부와 국방부, 재무부 등을 아우르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란제 드론에 미국산 부품이 사용된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무인기 제조에 사용된 부품은 '이중 용도'라는 점에서 규제가 어렵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9일 보도한 바 있다.

이란 등이 위장기업을 통해 민간용으로 판매되는 미국회사 부품을 구입해 군사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원천 차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은 서방 제재를 피해 핵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미 제재 회피 노하우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전직 국방부 관리인 그레고리 앨런은 CNN에 "이것은 두더지잡기 게임 같다"면서 "그리고 미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 게임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