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해상풍력·SMR 집중투자…정기선 "HD현대, 확 바꾼다" [CES 2023]

“해상풍력·소형모듈원자로(SMR) 등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안전하게 운송·활용하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겠습니다."

정기선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사업 방향을 확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HD현대그룹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사장은 오랜 기간 구상한 사업 방향을 이번에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정 사장은 "'미래 개척자(Future Builder)'로서 바다를 활용한 사업 방향을 놓고 '근본적 대전환(Ocean Transformation)'에 나설 것"이라며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조선업에 치중됐던 HD현대가 다양한 해양 산업에 진출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조선업 시황 변화에 실적이 들쭉날쭉했던 그룹의 약점을 보완할 의지가 엿보인다.

HD현대그룹은 ▲SMR·해상풍력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오션 에너지' ▲무인화를 비롯한 첨단 미래 선박을 제조하는 '오션 모빌리티' ▲선박·항만·기상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인 '오션 와이즈' ▲그룹 계열사인 아비커스가 추진하는 선박 자율주행 기술인 '오션 라이프' 등의 4대 사업을 통해 대전환을 진행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들어 오션 에너지 사업이 가장 괄목할 만한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미국 SMR 업체에 3000만달러(약 380억원)를 투자하며 SMR 사업에 발을 디뎠다.

지난달에는 해상풍력 사업에도 진출했다. 그룹 전력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이 GE 계열사인 GE리뉴어블에너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파트너십에 따라 두 회사는 GE가 생산하는 초대형 풍력터빈의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HD현대그룹은 해상풍력발전에서 발생한 전력으로 바닷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사업도 전개 중이다. 이 과정에서 GE의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할 전망이다.

GE리뉴어블에너지의 해상풍력 사업 ‘오프쇼어윈드’ 담당자인 얀 크에르스고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HD현대가 주목하는 해상풍력은 전세계 해안 인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40%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양사가 협력해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수소생산설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율운항선박 계열사인 아비커스와 해양 빅데이터 사업을 전개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도 주력 기술 체계를 뽐냈다. 그룹은 이 두 회사를 차세대 핵심 계열사로 키우고 있다. 칼 요한슨 아비커스 기술영업·신사업 담당 이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NeuBoat)'는 개인이 바다를 접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애·백봉석 현대글로벌서비스 매니저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모든 선박과 항만, 기상 정보 등을 통합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이 같은 자료로 해양 사업 전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