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페덱스도 이건 못해"…라스트마일 판 흔드는 로봇 '격전' [CE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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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3'라스트 마일(last mile)'은 물류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직전의 최종 배송 단계를 뜻한다. 전체 배송 과정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단계인 만큼 기업들은 라스트 마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자율 배송 로봇 등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와 함께 급성장한 라스트 마일 시장을 겨냥한 혁신 로봇 제품들이 대거 공개됐다.
한경·KAIST 특별취재
자율 무인배송 로봇 상용화
양팔 휴머노이드 로봇 등 '눈길'
CES 2023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 미국 배달 로봇 스타트업 오토노미의 완전 자율 배송 로봇 '오토봇 예티'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형 아이스박스를 연상케 하는 몸체에 바퀴 4개를 장착한 형태만으로도 배송 로봇이란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전면 상단에는 '눈' 역할을 하는 3차원 라이다 센서와 카메라가 탑재됐고, 전면을 향하는 대형 디스플레이에는 "안녕. 다음 배송이 준비됐어" 등 다양한 문구가 나왔다.오토노미는 지난해 3분기 파일럿 제품인 '오토봇 2.0'을 공개하고 미국 피츠버그 공항과 노르웨이 우정청 등 실제 라스트 마일 현장에서 필드 테스트를 마쳤다. 소매점, 레스토랑 등 사용 환경에 따라 적재함을 교체할 수 있는 맞춤형 모듈식 로봇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로봇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토노미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필드 테스트를 마친 상업용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배송 로봇으로서 완전 자율 주행을 달성한 건 이 제품이 최초라는 설명이다. 리투카 비자이 오토노미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아마존이나 페덱스 같은 회사가 할 수 없었던 영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며 "무인 배송에 대한 수요와 사용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우리 제품을 공급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스트마일과 로봇의 만남은 비단 먼 나라의 얘기만은 아니다. 국내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는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모두 갖춘 자율주행 로봇 '뉴비'로 CES 2023 스마트시티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이 로봇은 값비싼 라이다 센서 대신 멀티 카메라 기반 V-SLAM(비전 인식 라이다)을 적용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장애물 인식 및 회피 주행 로직을 위한 센서 등을 탑재해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라스트마일용 로봇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던 비용 문제를 해결할 만큼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뉴빌리티는 2021년부터 서울, 인천 송도 등 도심에서 뉴비의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유럽 자율주행 물류 전문기업 고꼬네트워크와 협업해 스페인 도심지에서 배달 서비스 시범 운행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국내외 자율주행 로봇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빠르게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일본의 로봇 스타트업 아이올러스 로보틱스는 양팔형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오'를 이번에 선보인다. 양팔에 7개 자유도(DoF)를 탑재한 로봇이다. 배달 및 소독 등을 위한 물건 집기부터 문 열기, 엘리베이터 타기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또 비전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자세와 위치를 판단하고, 문이 열려있거나 물건이 잘 못 배치된 걸 알아차릴 수 있어 노인 간호 등에도 적합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트레이츠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라스트마일 시장은 지난해 43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후 연평균 13.2%씩 성장해 2030년엔 1322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물류 배송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라스트 마일 시장을 선점하려는 첨단 IT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라스베이거스=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